농장이나 한지 공장 등으로 떠나는 체험학습형 수학여행이 뜨고 있다.

신종 수학여행은 학급별로 학생과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를 자체적으로 기획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구나 소규모 단위로 이뤄져 학생들의 참여도와 인기가 높다.

이에 비해 경주 제주 등 전통적인 고적지나 관광지를 수백명 단위로 방문하는 수학여행은 점차 '옛말'이 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이미 가보기 일쑤인 코스를 걸어 다니며 천편일률적인 설명을 들어야 하는 데다 잠자리와 식사도 신세대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대방동에 있는 숭의여고의 수학여행은 반별로 움직이는 현장학습으로 이뤄진다.

올해 2학년 1반 37명의 학생들과 이충근 담임교사가 선택한 장소는 여주자연농업고등학교였다.

자연 속에서 직접 땀 흘리며 영농의 중요성을 알아간다는 취지에서 기획한 것이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2박3일간 토마토 수확하기,제과·제빵 실습,승마,농기계 운전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처음으로 전지가위를 잡아봤다.

학생들은 가지치기를 잘해줘야 과실나무에 튼실한 열매가 열린다는 사실을 배웠다.

1인당 비용은 12만원 선.

학급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세휘양(17)은 "처음에는 놀러 가는 것이 아니어서 불만도 좀 있었는데 막상 다녀오니 너무 재미있고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이충근 담임교사도 "평소 학생들이 접하기 힘든 내용을 경험할 수 있어서 학부모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며 "일률적인 수학여행보다 훨씬 교육적 가치가 컸다"고 말했다.

목동의 양정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아예 주제별로 헤쳐 모이는 형태로 이뤄진다.

특별활동 시간을 통해 평소에 가보고 싶거나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고 자료를 수집한 후 이를 바탕으로 수학여행 테마를 정한다.

최근 일부 학생들은 한지 만들기에 도전했다.

한지 공장에서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한지 뜨기'를 해보며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했다.

9월에 떠날 수학여행 준비모임도 활발하다.

주제도 '관광지의 안내판 현황','OO지역의 방언 현황','탄광지대 오염실태' 등 다양하다.

학생들은 돌아와서 보고서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이 학교의 진달용 교감은 "아이들이 스스로 연구하는 모습이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이라며 "의외로 일선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 교육청 윤웅호 장학사는 "여태까지 교장의 재량으로 운영됐던 수학여행이 최근 들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학습 여행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학사는 "일률적으로 움직이는 단체여행은 시간 소모도 많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낮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한 소규모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