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부총장이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옳은 방향으로 나가아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그동안 신보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꾸준히 의견 제시를 해온 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반가움을 표시한 것 같습니다."

신보는 오는 6월1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에 있는 신용보증기금 본사에서 만난 김규복 이사장(55)은 신보 혁신을 위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낸 지난 10개월을 이제 주변에서도 인정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사실 김 이사장이 신보에 온 이후 신보 직원들이 느끼는 변화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보 30년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전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직원들의 공통된 얘기다. 김 이사장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혁신형 중소기업에 집중 지원하고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는 시장친화적 중소기업 생태계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사장 취임하고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앞만 보고 내달린 느낌입니다. 취임 직후 신용보증제도에 대한 외부의 비판적 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보증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였지요. 신보의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신용보증 리스크를 시장 참여자 간 적절히 분담시키기 위해 부분보증 비율을 차등화하고 신용보증료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고액·장기보증을 축소했고요. 그 결과 작년 1분기 말 기준으로 6.5% 수준이었던 보증부실률이 지난 4월 말에는 5.1%로 낮아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다음 달 1일이 되면 신용보증기금이 탄생 30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30년간 신보가 거둔 성과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신보는 설립 이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운용을 통해 중소기업과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며 중소기업 종합지원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976년 설립 당시 1016억원에 불과하던 신용보증 잔액이 2006년 4월 말 현재 27조8837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2001~2005년) 공급된 신용보증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면 생산 파급효과 9조5658억원,부가가치 창출 4조8234억원,취업 유발효과 44만1000여명,고용 유발효과 23만8000여명 등에 달할 정도이지요.

-취임 이후 시장 친화적 중기 생태계 조성이라는 얘기를 계속 강조하고 계신데요,정확한 의미가 뭡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추진하고 있고요.

"혁신형 중소기업에 집중 지원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한계기업은 업종 전환과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해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선 재무제표가 없어 은행 도움을 받기 어려운 창업 후 6개월 이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보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형 창업보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또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 자구노력을 담보로 추가 보증을 해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경쟁력 향상 프로그램'도 여기에 속합니다.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을 조기에 찾아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신용관리 프로그램'도 마찬가지고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원대상이 우량 중견기업에 한정돼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보마저 영세 중소기업에 등을 돌리는 것은 너무 인색한 일 아닙니까.

"신보가 최근 도입한 각종 제도의 특징은 경쟁 원리의 도입입니다. 이 때문에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이나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기업들로부터 일부 반발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나홀로식 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가기 위한 사회 전반의 돌이킬 수 없는 큰 흐름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도 시장에서 소외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보다 정책 흐름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적극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경기 하락 조짐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보 이사장은 중소기업 현장경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체감하는 자리인데 요즘 실제 체감경기는 어떻습니까.

"요즘 경제를 보면 연초의 장밋빛 경기전망이 상당히 빗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의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중소기업청의 자료를 봐도 이 같은 트렌드가 나타납니다. 2006년 4월 중 신설 법인 수는 전년 동기와 전달 대비 각각 10.8%와 17.5% 줄어든 4056개로 집계됐을 정도입니다."

-그럼 어떤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정부도 고민일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고 대증요법이나 미봉책으로 중소기업 정책을 시행하면 중소기업의 정책의존성은 더욱 커지고 결국 국가경쟁력도 훼손됩니다. 따라서 환율 유가 등 개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하되 개별 기업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는 정책보다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기업 스스로 체질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신보의 경영혁신 추진 방향과 올해 달성 목표는 어떻게 됩니까.

"2008년까지 재정 자립을 통한 제2창업 기반 구축을 위해 보증부실률을 4.0%대로 줄일 생각입니다. 또한 고비용·저효율 요인을 제거하고 공익성과 상업성을 적절히 조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2009년 이후에는 신보를 단순한 중소기업 보증기관이 아닌 중소기업 전문 종합금융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글=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