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19세기 초 스리랑카를 서둘러 병합한 것은 나폴레옹 때문이었다.

당시 스리랑카는 네덜란드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나폴레옹은 유럽 대륙을 초토화시킨 후 영국 봉쇄에 나서고 있었다.

영국은 프랑스가 스리랑카를 통해 인도까지 밀고 들어올까봐 애를 태웠다.

인도는 대영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식민지 중 하나였으니 노심초사할 만했다.

스리랑카는 곧 영국에 특별한 땅이 됐다.

왕실을 위한 홍차 재배지로서 말이다.

스리랑카 고지대는 차와 커피 재배에 안성맞춤이었다.

영국인들은 처음엔 커피를 재배하다가 병충해로 커피 농사가 실패하자 스리랑카의 산 둔치마다 길이가 수km나 되는 거대한 차 밭을 만들었다.

100년 후 스리랑카는 '잉글리시 티 라테'와 '애프터눈 티' 같은 차 문화에 매료된 영국에 연간 2만t씩 홍차 잎을 공급했다.

서울 후암동에서 만난 주한 스리랑카 영사 A M 라나위라 반다는 "스리랑카산 실론티는 홍차 중에서도 최상 등급"이라며 "스리랑카 사람들은 지금도 영국의 영향을 받아 하루 두세 잔씩 홍차를 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실론'이라는 이름은 영국인들이'스리랑'이라는 원주민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는 영국에서 독립한 1972년에야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스리랑카는 '존귀한 섬'이라는 뜻이다.

스리랑카는 인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쌀과 카레가 주식인 식생활을 포함해 문화도 비슷한 점이 많다.

잠시 한국을 비운 대사 부인 대신 스리랑카 음식을 소개해 준 영사 부인 쉴라 반다는 "다른 점은 인도인의 대다수는 채식주의자이지만 우리는 고기와 생선도 즐겨 먹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쇠고기는 즐기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가 오롯한 농경 국가였을 때 그랬던 것처럼 스리랑카에서는 지금도 쌀이 가장 중요한 먹거리다.

설,결혼식,국경일이면 꼭 상에 오르는 음식이 쌀가루로 만든 과자다.

반다 여사는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코키스(Kokis)와 하퍼스(Hoppers)를 소개했다.

코키스와 하퍼스는 인위적인 맛이 하나도 안 나는 제대로 된 자연식 쌀과자다.

쌀가루에 코코넛밀크를 섞어 반죽을 만든 후 전용 틀에 넣어 튀기면 국화빵 모양의 코키스가 되고 팬에 넓게 부어 튀기면 연꽃 잎 모양의 하퍼스가 된다.

하퍼스에는 야자 수액이 들어간다.

야자 수액은 이스트 같은 효과를 낸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쌀가루가 기름을 통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고 번영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스리랑카에서 야자 수액의 쓰임은 다양하다.

꿀도 추출하고 전통주인 토디(toddy)도 만든다.

반다 여사는 이날 스리랑카의 전통 의상을 입고 '아가스티'를 목에 걸었다.

그녀는 "오늘은 한 줄만 했지만 원래 가장 긴 것은 허벅지까지,가장 짧은 것은 목에 꼭 맞게 해서 서로 다른 길이로 7개를 착용한다"고 말했다.

반다 여사는 "어른을 존중하고 농경 전통이 남아 있는 등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과 스리랑카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반다 영사는 아내가 코키스를 튀기는 동안 좀 어색했던지 스리랑카 해안 풍경이 담긴 비디오를 보여줬다.

이 아름다운 해안이 1년 반 전 쓰나미로 큰 상처를 입었다.

쓰나미의 최대 피해국이었던 스리랑카에서는 4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10만 채의 집이 무너졌다.

반다 영사는 "스리랑카의 해안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행지였다"며 "절반 이상 복구된 상태이고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www.hankyung.com/community/kedcool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


[ 코키스 만들기 ]


◆재료(50~75개분)=쌀가루 2컵, 코코넛밀크 1/2컵, 계란 1개, 소금 1/2작은술, 설탕 1 작은술, 투르메릭파우더 1/4작은술, 튀김용 기름




◆만들기

①쌀가루 소금 투르메릭 파우더를 함께 체에 내린 후 코코넛밀크와 계란을 넣고 묽은 반죽을 만든다.



②원하는 모양의 틀을 준비한다.기름에 달군 틀을 반죽에 담갔다가 틀 채 기름에 넣어 튀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