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다음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A:"나는 강남 아파트 45평형에 살고 있다네.월급쟁이가 봉급만으로 생활하며 아이들 교육까지 시키는 것이 빠듯하긴 하지만 대체로 만족한다네.강남,그것도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것 만으로도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모으고 있는 기분이거든."

B:"나는 관악구(다른 지역이라도 상관 없다) 45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어.그리 유명한 동네는 아니지만 실은 난 다양한 문화생활까지 즐기며 알짜배기 생활을 하고 있다네.은행에 맡겨 놓은 현찰이 10억원을 훨씬 넘고 이자만도 매년 5000만원 이상씩 쌓이니 자연히 여유가 생기더라고."

A보다는 B를 선택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A와 B를 맞교환할 수 있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강남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지금 구입하는 사람들은 B 대신 A를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인터넷 부동산 시세표를 보면 강남지역의 40평대 아파트는 20억원을 호가하는 것이 숱하다.

은행금리로 따져도 매년 1억원씩 집세로 지불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비교적 괜찮은 직장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라도 연봉이 5000만원 안팎인데 도대체 누가 감당할 수 있어 이런 가격이 매겨진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규모의 돈으로 이 지역 대신 동일한 평형의 아파트를 4억~6억원 선이면 구입할 수 있는 인근지역을 선택하면 곧바로 B의 생활이 가능해진다.

매매차액을 은행에 맡기면 괜찮은 월급쟁이가 받는 연봉을 평생(이 것은 정년도 없다) 받으며 놀고 먹을 수도 있다.

그것도 원금은 한 푼 건드리지 않고 이자만으로도 가능하니 지금의 강남 아파트 가격이 합리적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힘들다.

아파트의 사용가치에 해당하는 전세가격으로 따져봐도 그러하다.

이 지역 40평대 아파트의 전세가는 대체로 5억~6억원가량이다.

은행금리로 계산해 연간 2500만~3000만원 정도를 집세로 지불하는 셈이다.

이런 집에 1억원 이상 투입하고 있다면 이렇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도 없다.

물론 집값과 전셋값을 단순비교하긴 어렵다.

은행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은 반드시 구입하겠다는 사람도 많고 주택보유로 인해 얻게 되는 심리적 안정 효과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런 요인을 감안해도 지금의 집값은 지나치게 높아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적정 집값은 대체로 전세가의 1.5~2배 정도로 본다지 않는가.

지금의 강남 집값 거품은 상식에 어긋나 보이는 A라는 선택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물론 거품은 당연히 꺼져야 하고 또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앞장서 버블 붕괴론을 부르짖고 윽박지르듯이 강남 집값의 20~30% 하락을 장담하고 나서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방법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부동산 정책도 경제정책의 하나이고 보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무엇이 지금의 거품을 가져왔는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B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할 수 있을지 보다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