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시공중인 두바이 타워는 살림집 586가구의 분양이 이틀만에 끝났다.

발주와 분양을 맡은 현지 에마르개발이 왕족,부호,사업가 중심으로 600명을 초청한 결과 1400명이 몰려 즉석에서 계약금을 내고갔다.

KOTRA가 세 들어있는 두바이 중심가인 셰이크 자이드 대로 변 사무실의 임대료는 지난 3년 사이 3배나 급등했다.

3년 전 피트당 70딜함(102평형 8만달러)에 계약한 것이 지금은 200딜함으로 올랐다.

두바이 정부가 물가를 잡기위해 올해 15% 이상 세를 올리지 말라는 내용의 왕명을 발표했지만 기존 계약자만 보호 대상이다.

신규 계약자는 시세대로 물어야한다.

경제 개발이 한창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소도시 두바이에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없다.

현지 인구 100만명,외국인을 뺀 토종 인구는 27만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8만가구의 주택이 분양된다.

어디서 나오는지 수요가 마를 기미도 없다.

삼성물산 두바이지사의 정창길 상무는 "두바이 인구를 감안하면 연간 1만가구만 분양해도 공급이 넘칠텐데 이상하게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택 임대료는 30평형대 아파트 월세가 300만원대,매매는 평당 2000만원대로 선진국 대도시 수준이다.

아부다비도 마찬가지다.

UAE에는 이미 400여개의 호텔이 있지만 아부다비만 해도 10년 안에 호텔 100개가 더 건설된다.

나세르 만소리 경제개발부 차관보는 "관광객이 밀려들고 국제 컨퍼런스가 급증하면서 호텔이 모자라다"며 "두바이의 객실 예약률은 85%로 전 세계 최고"라고 개발논리를 설명했다.

UAE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개발 열기에 묻힌 이유 중 하나는 두바이가 개발을 선점하면서 중동 산유국에서 자금이 계속 유입돼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신용 대출이다.

100% 국영인 UAE 은행들은 고리대금업을 죄악시하는 이슬람의 교리대로 사실상 무이자에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준다.

두바이정부는 나킬,에마르,두바이개발 등 3개의 부동산 개발 공사를 두고 이런 식으로 부동산 붐을 일으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부동산 부문에서 수확했다.

UAE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 정부가 모두 시장 원칙과는 거리가 먼 경제 운용 방식을 갖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걷지 않고 석유 수출과 각종 수수료로 재정 수입을 충당한다.

행정 수수료는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최근 급상승했다.

SK네트웍스의 류정수 두바이 지사장은 "집 계약할 때 연간 임대료의 5%를 냈고 네 식구 거주비자를 만드는 데 500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유럽 로열 더치셸은 물가 상승과 노동자 품귀를 이유로 카타르에 60억달러를 투자해 천연가스 생산시설을 지으려던 계획을 최근 연기했다.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두바이의 DFX 주가는 14개월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UAE 정부는 여전히 자신감을 내비친다.

두바이 정부 산하 투자회사인 두바이 홀딩스의 사이드 알 문타파크 사장은 "두바이는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닥치는 대로 먹는 청소년처럼 성장하고 있다"며 "몇년 전 두바이 경제가 거품이라는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숨을 멈추고 거품이 터지기를 기다렸지만 아직까지 건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는 상존한다.

특히 중동 개발을 떠받치고 있는 원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두바이 경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지 한 한국인 기업인은 "고유가가 2~3년은 간다는 게 중론"이라며 "이곳 사람들은 고유가가 유지돼 오일머니가 마르지 않기만을 알라에게 기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두바이(UAE)=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