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 달아오르고 있다.

40도가 넘는 한낮의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개발 열기다.

열풍의 진원지는 두바이다.

지난해 두바이로 몰려가 사막의 기적을 일으켰던 오일머니가 이제 중동 산유국 전체로 분산돼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 걸프협력위원회(GCC)의 6개 산유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곧 착수할 프로젝트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9일 수도 리야드에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 단지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증권거래소(SAFX)를 민영화하고 외국인의 증시 참여를 허용하는 자유화 조치가 함께 공개됐다.

리야드 금융 단지는 두바이가 짓고 있는 두바이국제금융센터보다 6배 이상 큰 90만평 규모다. 외국인은 이 안에서 자유롭게 회사를 설립하고 부동산을 살 수 있다. 수백억달러 규모의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해안 도시 지다에 110억달러를 들여 고급 빌라촌 '지다 힐', 킹 압둘라 지역에 270억달러를 투입해 경제 신도시가 들어선다.

인구 75만명에 불과한 카타르도 이에 질세라 동북부 해변 알코르 지역 240만평에 50억달러를 투입해 관광단지를 만들고 루사일에 60억달러 규모의 주거 레저 신도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카타르에서 진행 중인 기간산업 프로젝트는 500억달러를 넘었다.

중동의 개발을 떠받치는 힘은 오일머니다.

그 화력은 엄청나다.

걸프협력위원회(GCC)의 6개 산유국은 올해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2000~2002년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하는 6000억달러(560조원)를 벌어들일 전망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지금까지 소비에만 손이 크고 투자에는 인색했지만 하루 원유 생산량이 15만배럴에 불과한 두바이가 개발을 선점,중동 지역 오일머니를 쓸어담자 자극을 받았다.

두바이는 관광과 물류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도시 계획으로 지난 3년 평균 1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두바이에 몰린 돈 중 65%가 GCC 자금이다.

UAE 7개 토후국 중 맏형 아부다비도 두바이를 배우고 있다. 아부다비는 UAE 석유 자원의 95%를 독점하고 있어 두바이에 재정 지원까지 해왔지만 국내 개발에는 이제서야 눈을 떴다. 4~5년 내 기간산업에 1000억달러를 투자,항구와 항만을 새로 짓고 사막에는 30개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아부다비에서 만난 UAE경제개발부의 나세르 알만소리 차관보는"아부다비는 석유화학,중공업,관광 등 3개 축으로 경제를 도약시킬 것"이라며 "두바이를 쫓아가지 않고 또하나의 발전 신화를 이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합쳐 UAE에서 진행 중인 개발프로젝트는 3000억달러에 달한다.

경제 팽창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중동행도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높이의 두바이 타워를 짓고 있는 삼성물산의 뒤를 이어 반도건설과 성원건설도 분양사업에 뛰어들었다.

반도는 두바이에 총 4억달러를 투자,55층 빌딩과 212가구 아파트를 짓는다.

LG전자는 사우디에 국내 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생산체계를 구축,2008년부터 연간 25만대의 에어컨을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중동본부 박진형 상무는 "올해 사우디를 제외한 중동에서 9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LCD TV 등 하이엔드 제품일수록 잘 팔린다"고 말했다.

아부다비·두바이(UAE)=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