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서산대사가 자신을 찾아온 사명대사를 맞이하려 할 때 장난기가 발동한 사명대사는 갑자기 참새 한 마리를 손으로 잡은 후 서산대사에게 물었다.

"대사님, 지금 제 손엔 참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이 새는 죽게 될까요,살게 될까요?"

그러자 서산대사가 반문했다.

"대사! 지금 내 한 발은 법당에,한 발은 밖에 있는데 내가 지금 방안으로 들어가게 될까요,방밖으로 나가게 될까요?"

참새가 죽을 거라고 예측하면 사명대사는 참새를 날려 보낼 것이고 살 것이라 예측하면 짓궂게도 참새를 죽일 수 있다.

방밖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면 들어갈 것이고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하면 나올 것이다.

결국 두 대사의 예측은 항상 틀리게 돼있다.

예측이라는 것은 이처럼 매우 어렵다.

특히 경제의 향방을 예측하기란 더욱 어렵다.

경제가 잘될 것이라고 예측하면 긴축정책이 시행돼 과열을 방지함으로써 실제로는 별로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경제가 안 좋을 것이라고 예측하면 부양책이 시행됨으로써 결과는 오히려 좋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가 있다.

예측결과가 틀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작동하는 경향이 발견되는 것이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발표됐다.

작년에는 6계단 상승해 기분이 좋았는데 금년에는 9계단 하락했다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런데 더욱 문제인 것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순위가 올랐을 때는 결과를 인용하느라 바빴는데 순위가 떨어졌다니까 설문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변명성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험을 잘 보고 나면 문제가 제대로 출제된 것이고 시험을 못 보면 시험문제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실력을 제대로 알기는 매우 어렵다.

시험문제가 어떻게 나오든지 결과가 좋아야 진짜 실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나쁜 결과가 나온 이유 중 하나가 국내 기업들에 대한 설문결과가 매우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 기분이 착잡하다.

특히 기업관련법의 악화로 인해 정부행정부문이 34위에서 51위로 하락했고,기업활동과 관련된 제도적 여건도 30위에서 46위로 추락했다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정부부문이 국가경쟁력 약화의 주범이라면 그동안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구호는 모두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닌가.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매우 어렵다.

원·달러 환율 800원,유가 배럴당 100달러,금값 온스당 1000달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설득력 있게 유포되고 있다.

중국은 거듭되는 위안화절상 압력에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나홀로 절상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급격한 엔화 절상이 일본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보며 일본처럼 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서 애꿎은 원화만 심각할 정도로 절상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고 이대로 환율이 움직이면 수출기업의 줄도산이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우리나라 대표적 수출기업 총수의 인신구속이 이뤄진 상태에서 기업인들 사이에 다음 차례는 누구냐는 둥 질문이 오가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수술도 환자의 건강상태가 괜찮을 때에 하는 법이다.

기력이 소진된 상태에서는 피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현 상황은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정책적 심리적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기업과 기업인의 기살리기를 위한 각종 정책 패키지가 시행돼야 한다.

이러한 제반 노력들이 제대로 이뤄짐으로써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제발 틀리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