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가 호적상으로도 성(性)을 바꿀 수 있는지를 가리는 대법원 심리가 한국 사법 사상 최초로 열린다.

지금까지 지방법원 단위에서 호적상의 성별정정 가부를 결정한 사례는 다수 있었지만 대법원이 가부를 판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법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성전환 시술 경험이 있는 의학계 인사와 성별 정정을 반대하는 종교계 인사를 1명씩 초청,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 신청은 2002년 7월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윤 모씨와 같은 해 12월 영화배우 하리수의 성별 정정이 허가된 이후 해마다 잇따르고 있지만 담당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허가 여부가 들쭉날쭉했다.

그동안 호적 성별정정 신청 재판에서는 인간의 성은 태아 형성 초기에 성염색체(남성 xy,여성 xx)의 구성에 의해 이뤄진다는 '성염색체론'과 생식 능력이 없더라도 신체 외형은 물론 심리적·정신적인 성,주관적·개인적 성 역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성역할론'이 충돌했다.

2004년 서울가정법원을 비롯한 18개 지방법원에 성전환자 호적정정 신청이 22건 접수돼 10건이 허가됐고,지난해에는 26건의 신청 중 15건이 허가됐다.

현재 대법원에는 1,2심에서 호적 정정신청이 불허된 성전환자 3명의 신청사건이 계류 중이다.

대법원 심리에서 반대론을 펼칠 박영률 목사(국가발전기독연구원장)는 "소수자 인권도 물론 존중하지만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용하다 보면 성 정체성이 흔들리고 절대다수가 혼란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찬성론을 개진할 예정인 이무상 교수(연세대 의과대학 비뇨기과)는 "의학의 영역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성전환증에 대한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성전환자의 성을 전환된 성으로 인식할 만큼 성공적으로 성전환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법률상으로도 성의 변경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일.정인설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