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이기려면 경험 많고 검증받은 '명장'이 필요합니다.

정몽구 회장이 하루 빨리 복귀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동차업계를 살려낼 비전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현대·기아차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동반 몰락할 수 있습니다."(이영섭 현대·기아차협력회장)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들이 위기에 내몰린 부품업체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조속히 석방해줄 것을 검찰과 법원 등에 촉구했다.

922개 자동차 부품업체로 이뤄진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과 437개 업체를 회원사로 둔 현대·기아차 협력회는 11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호소했다.

신달석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검찰 수사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부정적 영향이 부품업계에도 미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최고 경영진의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영섭 회장은 "검찰 수사 이후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줄면서 협력업체 매출도 15%가량 감소했다"며 "특히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미국 공장에 동반 진출키로 한 협력업체들은 향후 투자계획을 결정하지 못하는 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조합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는 모두 437개로 지난해 이들이 납품한 금액은 24조844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전체 납품 금액 32조6536억원의 76%에 달하는 수치다.

따라서 검찰 수사 이후 벌어진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는 대부분 자동차 부품업체의 매출 감소에 직결돼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주장이다.

현대차 납품 업체인 세원ECS의 엄병륜 대표는 "제조업체의 경우 수익성 악화보다 매출 감소가 중장기적으로 훨씬 심각한 문제"라며 "현대차의 매출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협력업체들은 미리 투자한 시설을 놀려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