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고영식씨(39)는 1995년 말 산 세피아(기아자동차)를 아직도 타고 있다.

지금까지 17만km를 뛰었다.

색깔이 조금 바래기는 했지만 운전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데다 큰 고장도 없어 앞으로 몇 년은 더 탈 생각이다.

사실 새 차를 살 경제적 형편도 안 된다.

차를 10년 이상 타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11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995년 등록된 차량 중 75.7%가 10년 이상 운행됐다.

하지만 1978년 등록된 차량은 불과 23.7%밖에 10년 이상 운행되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10년 이상 운행되는 자동차의 비율이 3.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평균 운행 기간의 경우 1978년 등록된 차량은 8년,1995년 등록된 차량은 9.3년을 기록했다.

김광현 건설교통부 자동차산업팀 서기관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자동차 기업의 기술력이 급격히 향상된 데다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시민들이 한번 산 자동차를 오래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동차를 오래 타는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 무수익 자산인 자동차는 자주 바꾸면 바꿀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소득 양극화 영향으로 서민들의 구매력이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차량을 오래 타기 위해서는 자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오래 타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본부의 임기상 대표는 "일단 10년 이상 타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운전 습관이 변하고 차를 관리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2006년 4월30일 현재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모두 1557만대로 지난해 말(1540만대)에 비해 18만대 증가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