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엔트리가 발표되면서 '월드컵 시즌'이 본격 개막됐다.

국민들은 축제 분위기를 높여가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속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가뜩이나 흥행이 되지 않고 있는 5·31 지방선거가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더 벗어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당은 여당대로,야당은 야당대로 각기 다른 계산 속에 속을 끓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19일 여론조사기관인 월드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결과 '지방선거에 관심 있다'고 답한 사람은 46.4%로 '관심 없다'는 응답 53.6%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2002년 지방선거 때에 비해 3.9%포인트 낮은 것이다.

월드컵의 '선거 역효과'는 특히 여당에 치명적이다.

현재 판세를 보면 전북과 대전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

11일 중앙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조차 열린우리당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한나라당 후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막판 대역전을 노려야 하는 여당으로선 월드컵에만 눈길을 주고 있는 국민들이 야속하기 그지없다.

이미 지방선거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선거 이후를 고민하는 분위기도 당내 곳곳에서 감지된다.

야당도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선거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차기 대선까지의 장기 레이스를 염두에 두면 싱거운 선거는 반갑지 않다.

아무리 압승하더라도 무관심 속에 얻는 승리는 내년 본게임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