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9월부터 경제성 높은 약품만을 보험에 등재시키는 '건강보험 약값 절감 대책(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시행키로 하면서 약물 경제성 평가 전문가들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새로 출시하는 약을 보험 리스트에 올리기 위해서는 비용 대비 치료 효과,예상 사용량,환자수 등을 산정해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국내에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대학에 약물경제학이 개설돼 있지 않고 서울대 등 몇몇 보건대학원과 의대 대학원에서 관련 강의를 일부 운영하는 정도여서 약물 경제성 평가 인력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독약품은 의학학술부에 보건학 및 보건경제학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약물 경제성 분야 전문가 1명을 새로 뽑기로 하고 최근 채용공고를 냈다.

회사측은 다음 달까지 채용을 마무리하고 관련 인력을 신제품의 약가 산정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약물 경제성 평가 전문가에 대한 채용공고를 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현재 지원자에 대한 면접시험을 앞두고 있다.

중외제약도 최근 약가 산정 작업을 위한 보험환경관리팀을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 확충에 나섰다.

이 외에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국노바티스 등의 제약사들도 영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 약물경제학자는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강혜영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김진현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정기택 경희대 의대 의료경영학 교수,이태진 한림대 의대 교수 등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의 러브콜도 이들의 제자에게 집중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인력풀은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태진 교수는 "최근 대학원에 제약사들로부터 채용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약물경제학을 공부한 학생은 얼마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업체마다 전문 인력을 뽑기 위해 난리지만 해당 전문가들이 거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 한미약품 등 일부 제약사들은 전문가를 뽑는 대신 국내외 전문기관에 약물 경제성 평가를 아웃소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의경 보건사회연구원 팀장은 "앞으로 약물 경제성 평가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관련 전문가 양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