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개발도상국 위협론'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미 국채를 보유한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지정학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무기로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개도국 위협론'의 골자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되는 것은 물론 미 금융시장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현지시간) IMF 통계를 인용,작년 말 현재 개발도상국들의 외환보유액이 2조9000억달러로 최근 10년 동안 4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선진국들의 외환보유액은 150% 증가하는데 그쳤다.

작년의 경우 개도국의 외환보유액은 전년에 비해 18% 늘어났지만 선진국들은 오히려 1.5% 감소했다.

이로써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70%를 개도국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개도국들은 보유액의 상당수를 미 국채 매입에 사용하는 등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점차 달러화자산비중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현재 개도국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자산 비중은 60.5%로 1998년의 71.1%보다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이에 비해 선진국들의 달러화자산 비중은 여전히 74%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개도국들이 언제든지 미국채와 달러화를 팔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셉 퀸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스트레티지스는 "개도국들의 달러화 비중 축소는 미국의 막대한 부채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의 일방주의적 정책에 대한 반감 같은 정치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앞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개도국 위협론의 중심에 중국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말 1조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 국채를 두 번째로 많이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한 중국이 대만 문제 해결과 주요 에너지원 공급원인 이란의 보호를 위해 미 국채와 달러화를 매각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국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이 상당한 규모의 달러화와 국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 연구원인 브래드 세서는 "이들 나라가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이 경우 미 금융시장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달러화 약세와 미 모기지금리 상승도 개도국 위협론에 따른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비해 모든 것은 시장 원리에 해결될 것이며 달러화 약세는 미 수출 증대로 이어져 무역적자를 줄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시장에서의 개도국 영향력 증대는 미국경제에 커다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