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광고문구가 있었다.

실제 1등과 0.1점 내지 0.1초밖에 차이 나지 않아도 세상에 알려지고 주목받고 기억되는 건 1등뿐이다.

이러니 개인과 조직 할 것 없이 1등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1등과 최고는 그러나 되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욱 어렵다.

모두가 쳐다보는 가운데 최고 노릇을 하자면 계속해서 앞서야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흠 잡힐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인가.

빌 게이츠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부자인 게 별로 달갑지 않다고 했다는 소식이다.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지만 워낙 많은 이목이 집중되니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빌 게이츠는 아울러 전설적 투자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에게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으며 특히 '인테그리티(Integrity)'를 중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인테그리티는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단어다.

정직 청렴 등으로 해석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애써 풀이하자면 '정직 성실 용기 신념이 어우러진 품격' 정도다.

인테그리티 유무는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고,일관성 있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소신있게 공언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자기가 한 말을 지키고,맡은 바 일을 일반적인 요구 이상 해내고,그럼으로써 신뢰감을 자아내야 하는 것이다.

로마의 현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지도자의 덕목으로 지혜,정의감,강인함,절제력 등을 들었다.

앞의 세 가지가 남을 다스리기 위한 능력이라면 네 번째 절제력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인테그리티는 이 절제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스탠더드 시대의 표준 또한 투명성 효율성 공정성 책임성이다.

국가청렴도 지수가 1점 오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4713달러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고가 되겠다면서도 수시로 말을 바꾸고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떼거나 "기억이 안난다"고 모른 체하는 우리 지도층들이 인테그리티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