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현대경제硏 연구위원 >

외환위기 이후 저소득층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민금융의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저소득층 서민들은 신용과 담보 등 신용보완 수단의 취약성으로 인해 제도권 금융으로부터의 신용공여 서비스에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다.

서민금융이 이렇게 약화된 원인은 먼저 외환위기 이후 상호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기구 등 전통적 서민금융회사의 역할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서민금융회사들은 경영정상화가 불완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생존 문제에 급급하다 보니 서민금융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서민금융의 일부를 담당했던 국내 은행들도 안전성과 수익성을 우선시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고 부유층 시장을 전략적으로 선택 집중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금융지원을 극히 소홀히 하고 있다.

서민금융의 침체는 소득 양극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서민금융회사의 성장잠재력을 잠식시킨다.

주지하다시피 외환위기 이후 부유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 격차가 크게 확대됐고,이러한 추세는 복지부문의 정책 비중이 높은 참여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민금융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어느 정도의 금융지원으로 구제될 수 있는 예비 금융연체자를 신용불량의 지위로 전략시키고, 자칫 자신의 채무를 갚을 수 없는 개인파산으로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또한 서민경제활동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자영업자 및 영세상공인의 사업기회를 축소시켜 이들의 소득감소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처럼 서민경제가 장기간 위축될 경우 사회적인 불안이 야기되고, 국가 경제의 활력이 상실돼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성장 기반이 침체되므로 서민금융회사가 설 곳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서민금융의 조속한 활성화가 필요하다.

다만, 서민금융의 활성화는 서민에 대한 저리 자금의 직접적인 지원 보다는 가능한 서민금융 취급회사를 통해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된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차별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신용공급 체계가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서민금융의 지속력이 높아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첫째,서민금융기관의 기능이 복원돼야 한다.

차별화된 감독정책과 내부통제제도 강화 등으로 실추된 신뢰도를 제고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그동안 은행권에 가해진 수준만큼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서민금융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하위 서민층을 위해 마이크로파이낸스 등과 같은 대안금융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단체 등 서민복지에 관심을 갖는 다양한 기관을 이용하고, 대형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저 신용자를 지원하는 금융 NGO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최근 제도권으로 편입된 소비자금융(대부업)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자금 부족 상태에 직면한 저소득층들이 그들이 용인할 수 있는 적절한 금리 수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비 제도권에 머물고 있는 수많은 대부업체를 제도권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와 같이 은행권의 비중이 극도로 높은 나라에서는 서민금융이 제 자리를 잡아갈 때까지 한시적으로나마 은행권의 적절한 서민금융 역할도 요구된다.

국내 은행들은 수익성과 BIS비율 등 국제적인 정합성이 이미 확립된 상황이므로 서민금융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

적어도 현행 은행권의 금융체계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문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금융 NGO에 기부하거나 서민금융회사와의 제휴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서민이 살아난다면 국내은행들은 더 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