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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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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뙤약볕 아래 그늘도 없는 논밭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도 막걸리 한 사발이면 힘이 절로 났다.

    여기에 육자배기 한가락을 곁들이면 흥에 겨워 여름철 하루 해도 길지 않았다.

    곡기(穀氣)삼아 먹는 막걸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도 그만이었다.

    즐거운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도 막걸리는 항상 곁에 있었다.

    '쌀과 누룩으로 빚어 막 걸러낸다' 해서 이름 붙여진 막걸리는 감칠 맛과 그 시원함이 일품이다.

    단맛 떫은맛 신맛이 어우러진데다,발효하면서 나온 탄산가스가 알맞게 남아 있어 상쾌한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성분도 6~7% 정도밖에 안된다.

    세계 어느 나라 술과 비교해도 술맛의 깊이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게다.

    이러한 막걸리가 한동안 수난을 당했다.

    식량이 부족했던 탓에 쌀막걸리의 양조가 금지됐던 것이다.

    밀가루가 등장하고 옥수수와 보리를 섞도록 했으니 전통맛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25년이 지난 1989년 쌀 사용이 허용되면서 막걸리가 대중화 되는 듯했으나 양주와 맥주,소주의 위세에 가려 별 힘을 쓰지 못했다.

    생활에 겨워 사는 노동자의 술쯤으로 치부됐던 것도 사실이다.

    막걸리에 대한 인식은 지방 각지에서 막걸리 명주를 생산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포천 전주 단양 마산 강화 등지의 술맛에 애주가들이 빠져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막걸리에는 10여종의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비타민 B복합체가 풍부해 영양면에서도 다른 술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이제 막걸리는 청와대 만찬에도 오를 정도가 됐다.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대한민국 막걸리 축제'가 오늘 내일 이틀간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열린다.

    200여종의 막걸리를 공짜로 즐길 수 있다고 하니,세상의 막걸리는 다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막걸리 속에는 우리의 농익은 전통 생활문화가 배어 있다.

    유통문제만 해결된다면 막걸리도 한류바람의 대열에 끼어 날개를 달 수 있을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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