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아프리카에서 한국 건설업체들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

이미 일반도로와 주택건설 사업은 중국 업체가 싹쓸이하면서 '건설왕국의 신화'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고부가 플랜트 산업은 미국과 일본,유럽 업체에 깨지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검은 新시장 아프리카] 시리즈 전체 보기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총 공사비 112억달러 규모의 알제리 동서고속도로 3개 구간 입찰에서 중국과 일본이 각각 2개와 1개 구간을 가져갔다.

중국 2개 컨소시엄은 중부(26억달러)와 서부구간(35억달러)을,일본 컨소시엄은 동부구간(51억달러)을 챙겼다.

국내 기업들은 컨소시엄조차 구성하지 못해 입찰에 참여해보지도 못했다.

박남희 경남기업 알제리지사장은 "아프리카에서 발주되는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와 리비아 정부가 각각 추진 중인 국민주택 건설사업도 원가를 맞추지 못해 중국 기업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원유 개발 사업도 미국과 일본 유럽에 이어 중국 기업이 뛰어들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진출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리비아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22개 원유광구 개발 국제입찰에서도 미국이 절반인 11개를,일본이 6개를 가져갔다.

중국도 한개 광구를 따냈지만 한국은 한곳도 확보하지 못했다.

국내 대표 기업인 SK㈜의 경우 2000년 2월 리비아 광구 한군데에 8.3%의 지분으로 참여한 것이 아프리카 사업의 전부다.

석유공사도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 순방 때 따낸 나이지리아 지역을 빼면 리비아 한곳의 유전개발 사업이 유일한 아프리카 비즈니스다.

주 리비아 대사관 관계자는 "원유개발권을 따내지 못하면서 관련 플랜트 시장 역시 미국 유럽의 메이저 업체에 밀려 하도급업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호 KOTRA 알제 무역관장은 "전자제품 시장도 하이얼,갈란츠 TCL 등 싼 가격과 중급 품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국내 업체의 판매액이 줄어드는 등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알제리)·트리폴리(리비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