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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외교와 비즈니스의 거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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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수 주리비아 대사는 부임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신임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 1개월 정도 걸리는 외교관행을 감안하더라도 리비아 정부의 무심함에는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이 대사는 "'외교적 레버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장관은커녕 국장급도 면담하기 어렵다"고 무기력함을 하소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월 아프리카 순방 당시 리비아만 건너뛰고 이집트와 알제리를 찾았으니 리비아로서도 한국대사를 탐탁하게 여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해득실에 따라 이처럼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한 게 국제외교의 생리.그렇다면 기업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까.

    기자가 리비아를 찾았을 때 마침 국내 한 대기업의 부사장이 방문중이었다.

    그는 짧은 체류기간 동안 총리 및 주요 부처 장관과 만나 VIP마케팅을 벌였다.

    현지 한국기업 관계자는 "최고 지도자인 가다피의 최측근을 만나기 위해 에이전트를 통해 선을 대 일주일 넘게 호텔방에서 꼼짝않고 전화 한 통을 기다렸다"며 "이렇게 세 번을 시도한 끝에 만나 친분을 쌓았다"고 말했다.

    물론 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이렇게 저자세로 주재국 공무원을 만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의전과 격식에 맞춰 '밥상'을 차려놓고 만나는 외교적 접근법은 기업엔 사치일 뿐이다.

    대한통운은 모기업이었던 동아건설의 부도로 본사 지원이 완전히 끊긴 상황에서도 공사장 캠프 생활을 5년 넘게 견디며 대수로 공사를 완공,리비아 정부의 신뢰를 되찾았다.

    현지 기업인들은 노 대통령의 아프리카 자원외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이 24년 만이던가요? 물론 오시지 않은 것보다는 낫겠죠.그렇다고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닙니다.

    저희는 여기서 30년 동안 사막의 모래바람을 마셔가며 기회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노 대통령의 방문 이후 알제리에 일고 있는 '한국 따라하기' 열풍도 사막의 신기루일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신기루가 지나가더라도 기업들은 거기서 계속 비즈니스를 할 것이라는 뜻으로도 들렸다.

    트리폴리=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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