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에너지 없이는 국가 안보도 없다.'

이란 핵 문제의 장기화와 중남미 좌파 정부의 에너지 국유화 바람 등으로 국제 유가가 고공비행을 거듭하면서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미국에 에너지 안보 논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클리턴 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제임시 울시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만약 사우디아라비아 북동부의 유황 처리 시설이 테러 공격으로 파괴되면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대외 에너지 의존을 줄여야 중동 국가,특히 과격 이슬람 단체들에 자금이 덜 흘러가 미국의 안보가 덜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연초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석유에 중독됐다"며 석유 의존도 축소를 국정 핵심 과제로 밝혔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대안 에너지로 바이오 에탄올을 제시했다. 바이오 에탄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고구마 등에서 추출하는 천연 연료로 석유에서 정제된 일반 에탄올과 구분된다. 미 행정부는 미국 내 바이오 에탄올 생산시설에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책국가위원회(NCEP)는 "지금은 바이오 에탄올이 가솔린보다 비싸지만 2020년까지는 생산비가 갤런당 80센트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가솔린 가격이 현재 갤런당 3달러 안팎이므로 앞으로는 바이오 에탄올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또 세계 최대 바이오 에탄올 생산 국가인 브라질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부도 지난달 26일 자국의 풍부한 농산물 자원에서 얻어지는 바이오 에탄올을 내세워 '대체 에너지의 세계화'를 미국측에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바이오 에탄올 자동차'를 주목하고 있다.

제너널모터스(GM)는 최근 가솔린과 바이오 에탄올을 섞어 사용하는 플렉스 차량을 선보였다.

포드 자동차의 빌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중순 부시 대통령과 미국 자동차 업계 '빅3'의 회동에서 "바이오 에탄올 주유소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일본 도요타도 2008년까지 북미 시장에 바이오 에탄올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의 거물 기업인들도 바이오 에탄올 투자에 나서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최근 바이오 에탄올 생산 공장에 84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조만간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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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에탄올=알코올의 일종.석유 정제로 생산한 일반 에탄올과 달리 옥수수 사탕수수 고구마 등 식물에 발효 기술을 적용해 생산한다.

가솔린과 섞어 사용한다.

가솔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브라질에선 전체 차량의 70%가량이 바이오 에탄올과 가솔린을 섞어 쓰는 차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