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언제 당할지 모르니까요."(재계 관계자)

적대적 인수·합병(M&A) 공포마저 기업들을 엄습하고 있다.

올 들어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는 기업들이 속속 목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 돌파구를 찾느라 기진맥진해 있는데 기업의 사활을 걸고 경영권까지 방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재계에 경영권 방어의 비상벨을 울린 것은 KT&G 사태.KT&G는 미국의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측의 공격을 받고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KT&G처럼 소유 분산이 잘 이뤄져 지배구조 우량기업으로 꼽히는 포스코가 적대적 M&A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까닭이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KT&G 사태를 보면서 언제 적대적 M&A를 당할지 몰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토로했다.

포스코는 장기적으로 총 120억달러를 투입해야 하는 인도제철소 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만일의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책으로 올해 자사주를 대량 매입키로 했다.

자사주 매입에 예년보다 두 배나 많은 9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한 것."회사의 역량과 에너지를 있는 대로 다 끌어모아도 모자랄 상황인데 경영권 방어막까지 쳐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포스코 관계자의 고민이 괜한 호들갑은 아니다.

지난해 최평규 S&T중공업 회장이 주식을 대량 매집하면서 적대적 M&A 위협을 느꼈던 쎄븐마운틴그룹은 이후 자체 지분율을 높이는 등 나름대로 경영권 방어책을 마련했으나 안심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 회장측이 다시 주식을 사들이거나 경영 간섭에 나서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1년부터 잇따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 온 신생 STX그룹은 올 들어 안정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STX그룹이 이제는 거꾸로 외부의 적대적 M&A로부터 그룹을 수성할 수 있는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