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정몽구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수사키로 했다.

정 회장의 구속 여부는 28일로 예정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당일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천여억원의 비자금 횡령과 3천여억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오늘 오전 11시 10분 정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정 사장은 부자 구속에 따른 부담, 현대차측 경영상 애로 등을 고려해 불구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기업에 불법적으로 손해를 가한 주된 책임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것이 필요했고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매우 중하며 임직원들의 진술 번복 등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채 기획관은 "그러나 정 회장 이외의 책임있는 임원들의 사법처리 수위와 범위는 회장 유고로 인한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고 말해 임직원의 구속수사 범위는 최소화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또 현대차그룹의 로비 혐의 수사를 계속 진행하되 기업관련 비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02년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차와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 그룹 내 6개 계열사를 통해 1천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아차의 옛 계열사인 아주금속㈜과 ㈜위아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41억원의 금품을 로비자금으로 써 550억원의 부채를 탕감받은 혐의도 있다.

정 회장은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회사측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 구속으로 현대차가 단기적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속히 비상경영체제 등을 가동하고 경영 내실화를 통해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