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1980년 1월4일이 생일인 주가지수가 있다.

바로 종합주가지수다.

이제는 코스피(KOSPI)지수로 이름이 국제화(?)됐지만 종합주가지수라는 이름은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친근하다.

1985년까지 100 근처를 헤매던 종합주가지수는 1985년 소위 3저(低) 호황을 만나면서 89년까지 무려 1000포인트를 넘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이 시기는 한국 경제가 가장 극적인 성장을 하고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시기다.

86아시안게임에 88올림픽을 치르면서 국가적 자존심도 높아졌고 산업화의 성공과 아울러 민주화의 열기도 높아졌다.

특히 1986년은 기념할 만한 해였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산업화를 추구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86년 50여억달러의 흑자를 보인 경상수지가 87년 100억달러,88년 150여억달러까지 거침없는 증가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는 순항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80년대 초·중반 2000달러 대에 머물렀던 1인당 국민소득이 86년 3300달러,87년 4400달러,88년에는 5400달러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물론 이는 유가 금리 달러가치가 낮아진 것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70년대에 수출주도형 불균형 성장전략을 꾸준히 추구하면서 중화학공업 육성을 통해 반도체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가전 등의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만들어지고,육성되고,지원된 결과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미래를 위한 '씨 뿌리기와 물 주기'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나서 3저 상황과 맞물리면서 주가지수 1000 돌파라는 선물이 주어진 것이다.

그 이후로도 주가지수 1000과 경상수지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90년에 적자로 돌아선 경상수지가 반도체 호황을 통해 93년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하자 94년에 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한 바 있고,98년에 엄청난 수출을 통해 약 400억달러를 넘는 흑자를 기록한 후 99년 주가는 1000을 돌파했다.

2004년 300여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2005년 주가는 다시 1000을 돌파했다.

경상수지가 좋아지고 나면 시차를 두고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해외에서 달러가 유입되면 경제 내에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개선된다.

또한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대부분이 수출기업인 실정을 고려하면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기업의 전반적 실적 호전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금리는 높아지고 원화의 절상이 진행되고 있다.

20여년 전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3저 현상과는 정반대로 3고(高)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경상수지다.

고유가와 서비스수지의 대폭 적자로 인해 지난해 흑자 규모가 160억달러 대로 하락했고 올해에는 더욱 나빠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험대로라면 주가전망이 그리 밝지는 못한 상황이다.

물론 적립식펀드라는 비밀병기가 있어 주가가 떨어지든,오르든 계속 사들이는 수요가 있다는 점이 과거와는 다르지만 실적을 무시한 주가 상승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주가와 경상수지 간의 디커플링을 얘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주가는 1400 고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포함한 시가총액이 GDP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경제가 아니다.

바야흐로 기업인천하지대본(企業人天下之大本)의 시대다.

우리 경제가 신(新) 3고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 휘청거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금,기업과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주가가 계속 순항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격려와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