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부동산은 세계 어느 도시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조망권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

대서양이나 허드슨강,센트럴파크 공원이 내다 보이는 아파트와 오피스빌딩들은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팔려 나간다.

뉴욕의 랜드마크 건물로 치는 트럼프타워,타임워너 센터,오리엔탈 만다린 호텔 등도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끼고 있다.

호주 시드니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바다 근처의 콘도미니엄 가격은 인근보다 훨씬 비싸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조망권에는 프리미엄이 있게 마련이다.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자연환경을 가까이 접하면서 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으나 자연은 제한되어 있어서다.

조망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빌딩숲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들이 폐쇄감을 느끼면서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이런 까닭에 심리치료가 일반화된 선진국에서는 스트레스가 심한 CEO와 연예인들에게 휴가와 함께 전망이 좋은 곳으로의 이사를 적극 권한다.

자연환경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여서 여간해서 주거비용은 아끼려 하지 않는다.

조망이 좋은 병실에서 요양하는 환자의 회복속도가 빠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한강 주변의 아파트는 강이 보이느냐 가려지느냐에 따라 무려 30% 이상의 가격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학군과 교통을 우선시하던 거주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조망권이란 개념은 1970년대 후반 서울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처음 생겼다.

당시만 해도 "한강이 보이니 맘이 편해진다"는 정도였으나,이제는 법적보호를 받는 소중한 권리가 됐다.

조망권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강이나 공원뿐이 아닌 바다조망과 골프장 그린조망 등도 점차 인기몰이 중이다.

삭막한 도시에서의 탈출을 그나마 조망권에서 찾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