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지역에서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공영개발 방식의 임대주택 건설사업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동구 하일동 강일지구 주민들은 서울시(SH공사)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건설사업이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돼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사업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강일지구에 이어 같은 임대주택용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구로구 천왕지구,은평구 진관 내·외동도 이르면 이달 말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어서 공영개발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 확산될 전망이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일지구 주민들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를 상대로 '개발계획 승인처분 원인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추진하는 공영개발에 대해 주민들이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법원 판결이 주목된다.

강일지구 주민들은 △그린벨트에서 32년 만에 풀린 뒤 다시 공영개발이 추진돼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 데다 △보상가가 너무 낮아 재정착이 사실상 어렵고 △서울시 임대주택 건설사업이 그린벨트에서 풀린 지 한 달도 안돼 편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강일지구는 1971년 그린벨트로 묶였다가 2003년 10월 해제됐으나 서울시가 같은 해 11월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들 지역의 공영개발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적법한 절차로 진행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10만호 건설계획에 따라 2000년 제정된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강일지구와 천왕지구 등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임대 및 분양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강일지구에 이어 천왕지구 등도 소송을 준비 중인 데다 노원구 중계지구의 경우 서울시가 공영개발로 임대주택 단지를 건설하려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사실상 사업이 중단돼있는 등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1980~90년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신도시 건설 당시 주민들이 정부의 토지 수용에 반발,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던 것과 같은 양상이 재연되는 형국이다.

특히 이 같은 반발은 서울시와 각 지자체들이 임대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개발법을 활용한 공영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향후 지자체와 해당 지역 주민 간 충돌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