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보유 주식과 주식형 펀드를 언제 처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세계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다른 나라보다 단기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거래 회전율로 볼 때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인에 비해 약 2~3배 높다. 또 짧아도 3~5년,길게는 20~30년 이상을 내다보며 장기투자를 하는 선진국 투자자와 달리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가입 기간은 평균 1~2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주식과 주식형펀드는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1995년 이후 재테크 수단별로 연평균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주식형펀드가 30% 안팎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이 우량주 직접투자 25%,강남권 아파트 10%,채권과 채권형펀드 8% 내외 순이다.

문제는 주식과 주식형펀드를 저축이 아니라 투기처럼 투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1980년 이후 미국 S&P500지수를 토대로 분석한 장기투자 효과를 보면 투자 첫 해에 22% 내외이던 손실발생 확률이 10년 후에는 0%로 줄어들었으나 수익이 날 확률은 13%에서 20%로 높아졌다.

같은 방법으로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적용해 보면 투자 첫 해에 36%에 달했던 손실발생 확률이 10년이 지나면서 19%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수익이 날 확률은 같은 기간 중 18%에서 25%로 오히려 미국 증시보다 높게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주식과 주식형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은 장기투자하면 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져 위험에 대한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위험보상의 원칙은 주식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고령화가 진전된 나라일수록,퇴직연금이 도입된 나라일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국내 증시도 주식 민주주의가 꾸준히 진전되는 가운데 정부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고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과 주식형펀드를 저축처럼 장기투자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위험보상의 원칙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매월 일정액을 납입하는 투자일수록 위험보상의 원칙이 높게 나온다.

주식과 주식형펀드에 장기투자한다면 어떤 업종을 선택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미국 와튼 스쿨의 교수인 제러미 시겔이 제시한 '성장의 함정(growth trap)'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장의 함정이란 투자자들이 혁신과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과 산업에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인기주식 위주의 매수나 새로운 기술 업종과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에 대해 집중 투자하는 등의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투자자에게 낮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시겔식 투자전략의 결론이다. 최근 한 국내 증권사가 제시해 화제가 됐던 '명품 30선'도 대부분 성장의 함정을 피해가는 업종들이다.

뉴욕 월가의 지인과 대화하다 보면 '외국자본을 투기자금이라고 비판하는 한국 투자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투기적이지 않느냐'는 반문과 함께 '결국 그 같은 투자성향이 가장 빠른 재산증식 수단인 주식을 외면하게 되고,한국 증시와 경제가 발전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현 시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한번쯤 곱새겨 볼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