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지방선거로 정치판이 뜨겁다.

"이번에는 좀 괜찮은 사람이 뽑히려나,좋은 사람이 나와야 될 텐데…."사람들의 한결 같은 기대다.

때마침 달아오른 정치판을 식히고 자숙의 시간을 갖게끔 하는 책이 출간돼 화제다.

'국민의 정부' 시절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김호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대통령과 리더십'(청림출판)이 바로 그것이다.

영국은 1970년 중반 IMF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불황의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철의 여인 대처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재도약의 기적을 연출했다.

중국의 부상 역시 이념보다 실용을 강조한 덩샤오핑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이었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에 빠진 페론 정권의 빗나간 리더십 때문에 남미의 병자가 되고 말았고,필리핀도 부패한 마르코스의 장기집권에 시달리다 끝내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가? 이 책은 굴곡의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 온 역대 대통령들의 성장과정은 물론 국가경영자로서의 자질과 어긋난 리더십의 역사에 대해 명쾌하게 해부하고 있다.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을 '가부장적 권위형',어부지리로 정권을 잡고 9개월 만에 퇴출당한 장면을 '민주적 표류형',근대화의 기수였음에도 결국에는 심복의 총을 맞고 주검이 된 박정희를 '교도적 기업가형'으로 묘사했다.

12·12사태와 5·18을 주도해 역사 바로세우기의 희생양이 된 전두환과 노태우를 각각 '저돌적 해결사형'과 '소극적 상황적응형',망국의 지도자로 낙인찍힌 김영삼을 '공격적 승부사형',재임 중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으면서도 리더십에 실패한 김대중을 '계몽적 설계형'이라는 리더십 스타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직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탈권위를 내세운 노무현은 격을 잃은 언행으로 대통령직을 지나치게 희화화한 나머지 스스로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고 있다.

2007년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잠룡들의 자질과 리더십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고건은 고관현직을 두루 거친 안정감 있는 '실사구시형',김근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지사(志士)형',박근혜는 여성적인 부드러움으로 대중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여전사형',이명박은 맨손으로 황무지를 일구는 개척시대의 '창업가형',이해찬은 기획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기술관료 타입의 '직업정치인',정동영은 순발력 있는 언변으로 표심을 흔드는 역동적 '행동형'으로 평했다.

앞으로는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저자는 대권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다음의 7가지를 제시한다.

콤플렉스와 성취욕,대의를 추구하는 열정,리비도와 야성,마키아벨리즘과 승부수,시대를 읽는 눈,기회를 잡는 결단과 용기,이미지와 상황이 그것이다.

대권을 노리는 이들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464쪽,1만9800원.

< 라경수 와세다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