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현대차 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중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에 정몽구 회장 부자의 사재1조원 헌납 등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김경식 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먼저 정몽구 회장 귀국시 표정을 살펴주시죠

기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19일 3시경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습니다.

항공기에서 내린 정 회장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들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하고 바로 입국장으로 빠져나갔다.

정 회장은 매우 침통한 표정으로 작심한듯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30여 차례 되풀이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응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입국한 지난 8일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한 지난 17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정회장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사회공헌방안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기자> 현대차그룹이 임직원 명의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회공헌 방안과 투명경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인터뷰> 이전갑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차 그룹을 아껴주시는 국민여러분, 고객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저희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하여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윤리적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그동안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이 제기되었던 개인 보유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 전량 등 1조원 상당의 사재를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이번 사회공헌계획의 핵심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정 사장의 후계구도 구축을 위한 자금줄로 인식돼온 글로비스 지분을 내놓으면서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따른 비난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청년실업,사회적 양극화 등의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 방안,중소기업 및 협력사 지원 등의 방안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약속했습니다.

앵커> 헌납키로한 정몽구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 가치가 18일 종가로는 1조원가까이 됐지만 어제 하한가로 2천억원이나 줄었는데 1조원 헌납에는 차질이 없습니까?

기자> 현대차는 일단 헌납한 글로비스 지분의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유지되도록 글로비스에 대한 육성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전갑 현대기아차 부회장 ”1조원 사재출연은 주식형태로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 금액은 주가변동에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저희가 글로비스를 물류전문회사로 운영할 계획이고 주가를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설령 지분가치가 1조원을 밑돌더라도 추가 사재 출연등을 통해 최소 1조원을 맞춘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차 그룹은 엠코와 이노션 등 글로비스와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혀 후속 대책의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앵커> 사회공헌방안과 함께 지배구조개선 방안도 내놨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현대차 그룹은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외이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전갑 현대기아차 부회장

“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주요 의사결정에서의 비 윤리적인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습니다.

아울러 기획총괄본부 조직을 대폭 축소 재편하겠으며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체제를 구축하여 계열사 대표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독립경영이 이루어 지도록 하겠습니다.”

기획총괄본부를 축소하고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황제경영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정 회장의 영향력이 센 그룹내 경영 체질을 바꾸고 수평적 의사결정을 뿌리내리기 위한 시도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정몽구 회장 귀국에 맞춰 긴박하게 사회공헌방안이 발표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현대차그룹측은 “오늘 발표는 검찰 수사결과를 떠나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이자 수습책”이라며 “그동안 외부에는 부인했지만 내부적으로 계속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올들어 환율 급락과 고유가로 그룹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수사로 신인도나 이미지가 추락할 경우 향후 국내 경영은 물론 글로벌 경영에서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이번 대국민 사과와 수습책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몽구 회장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유홍종 BNG스틸 회장, 박정인 현대모비스 고문 등 30여년 동안 정회장과 함께해온 그룹 원로들이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소환에 이어 정의선 사장의 소환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사회공헌안 발표를 미룰 수 없다며 정 회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현대차 그룹의 이번 발표가 정몽구 회장 부자의 사법처리 수위를 낮출 수 있을까요?

기자> 검찰은 현대차 그룹이 내놓은 1조 원대 사회 환원 계획은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 부자가 내놓겠다는 사재는 일반 사재가 아니라 글로비스 주식 소유분 상당액'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글로비스에서 정 회장 부자에게 편법으로 불려준 막대한 수익 가운데 일부를 내놓았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검찰은 어제 밤 11시에 조사중인 김동진 부회장을 전격체포해 피의자 신분으로 강도높은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 9시 30분에는 정의선 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합니다.

검찰은 정 사장이 최소 수백 억대로 추정되는 현대차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법 승계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정 사장 조사가 마무리 되면,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쯤 정몽구 회장을 소환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정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 등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책임이 있더라도 경제적 파급효과와 이번 현대차그룹의 수습책 등이 반영돼 ‘관용’이 베풀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의 불씨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정의선 사장의 후계구도는 물건너간것입니까?

기자> 현대차그룹이 오너 일가의 자금줄이었던 글로비스 주식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는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검찰의 수사가 집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자금확보의 문제점이나 투명경영의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은 어려워졌습니다.

인터뷰> 이전갑 현대기아차 부회장 “ 정의선사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경영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고 있고 사회적인 책임을 계속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능력있는 경영자로 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투명하고 독립적인 경영을 하게 된다면 정의선 사장도 편법승계를 통한 지분 확대보다는 실력을 통해 검증받는 경영인으로 거듭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는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상속받는 정공법을 택해 비록 높은 상속세율로 지분 영향력이 줄어들더라도 전문경영인보다 뛰어난 실력으로 검증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이번 현대차 발표를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은 어떠합니까?

재계는 하나같이 ‘어려운 결단’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비자금 조성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여론의 질책이 마무리되고 현대차가 경쟁력 강화 등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노조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참여연대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재벌총수가 처벌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내놓는 사회헌납은 부적절"하며 "글로비스 주식은 사회에 환원하기보다는 전량 현대자동차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도 "미봉책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사내 문제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각계 반응은 분분하지만 앞으로 투명경영과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천함으로써 현대기아차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글로벌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공통된 바램입니다.

김경식기자 k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