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충격파에 휩싸였던 국내 과학계가 21일 제39회 과학의 날을 맞는다.

과학계는 그간의 논문조작 파문과 논란 끝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만큼 예년의 축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묻어나고 있다는 게 과학계 안팎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세계 8대 과학강국을 목표로 무한 질주해온 과정에서 외형적인 성장 못지 않게 고속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부 성찰이 한층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와 과학계 모두 연구진실성 확보대책 등 황 교수 사태 이후의 대책 마련에 전력할 만큼 최근의 배아줄기세포 논문조작의 파문은 과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던졌다.

과학의 날을 계기로 그간의 외형적 성장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 `눈부신' 외형 성장 = 국내 과학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외형적인 면에서 적잖은 성장을 기록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2.5%선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를 웃도는 등 눈부신 성장을 과시해 왔다.

실제로 OECD는 `성장을 향한 경제개혁보고서(2006년판)'에서 우리나라의 R&D 혁신성과를 미국 일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선진국과 동일한 `선두권 국가(Leading Country)'로 분류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특히 GDP(국내총생산) 대비 R&D 비중이 2.61%로 29개 회원국 중 5위를 차지했으며, 국제학생평가(PISA)의 수학.과학성적은 2위, 민간부문 연구개발 집약도는 5위에 각각 랭크됐다고 OECD 보고서는 밝혔다.

OECD는 특히 산업구조상 연구집약적 경제활동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GDP 대비 기업부문 R&D 지출 비중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한국의 약진을 높이 평 가했다.

올해 과기부의 기초과학연구예산도 작년 대비 15.1% 늘어난 7천890억원에 달할 만큼 정부의 예산 지원도 큰 폭으로 늘어난 상태다.

◇ 과학저널 게재논문 건수도 `급신장' =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셀(Cell)과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게재한 논문은 2005년 2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네이처 32편, 사이언스 21편, 셀 9편으로 모두 62편의 논문이 발표되는 등 최근 수년 사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불과 5편에 그쳤던 1993년과 비교할 경우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우리나라의 과학수준 위상제고를 실감케 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 과학자들의 주요 저널 논문게재 건수는 앞으로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게 과학계 안팎의 전망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연평균 논문 수 증가율은 17.52%로 세계 3위를 기록할 만큼 `현기증 나는' 상승행진을 거듭해 왔다.

◇ "외형 성장만큼 내부성찰도 뒤따라야" = 황 전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극심한 혼돈상을 낳고 있다.

하지만 특허 등 국익(?)을 둘러싼 논란을 떠나 논문조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과학계의 위상 추락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최근 3년간 정부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27개 국립.사립대학과 30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대해 올해 12월까지 `연구진 실성 검증기구'를 설치토록 하는 등 연구진실성 확보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위조와 변조, 표절 등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조사 및 자료제출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제보자에게 위해를 가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 처벌키로 하는 등 강도높은 방안을 마련중이어서 주목된다.

또 국가적인 현안으로 부각된 중대사안이나 여러 기관이 연루된 사안, 연구기관이나 연구지원기관이 조사를 요청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안에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 직접 사실 규명에 나서기로 하는 등 연구진실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 차원에서 연구자의 양심을 지키겠다는 윤리헌장과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을지의과대학 소속 교수 200여명은 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황 교수 논문 조작 사건과 관련,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참된 과학 연구와 진실를 지키며 과학자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또 황우석 사태를 통해 연구의 진실성과 투명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연구기관들이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추진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권용 기자 kk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