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기술자들의 노하우를 전수하라.'

일본 제조업체들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단카이(일본판 베이비붐)세대의 정년 퇴직을 앞두고 숙련공들의 기술을 신입 사원에게 습득시키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철강 기계 등 주요 메이커들은 일본 제조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기술 전수를 위해 사내 기능대학을 만들거나 '기술 교관' 제도를 신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쓰시타전기는 4월 초 '신생 모노츠쿠리(제조) 대학'을 설치했다.

제조 현장에서 2년 정도 일한 젊은 사원을 일단 현장에서 빼낸 뒤 숙련공들의 노하우를 1년간 집중 교육받게 하는 제도다.

IHI마린유나이티드는 작업 현장의 리더를 교관으로 임명해 용접 및 크레인 조작 등의 기능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내년부터는 퇴직자 중 우수 사원을 '기술 교관'으로 재고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테이진은 4월 초 제조 현장 책임자로 '통솔자'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었다.

1차로 50대 후반 베테랑 기술자 70명을 선발했다.

회사측은 이들에게 약 3만엔의 추가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JFE스틸은 신입 사원 육성 방식을 통일하기 위해 업무별로 300개가량의 필수 습득 항목을 기입한 리스트를 만들었다.

우선 제철소 설비 유지를 맡은 사원부터 교육을 실시한 뒤 전체 사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 제조업체들이 기능 전수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문서화가 가능한 지식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노하우나 경험 등이 제조기술의 핵심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단카이 세대 베테랑 사원들이 한꺼번에 퇴직하면서 생기는 기술 공백을 막으려는 데도 목적이 있다.

실제로 일본 제조업체들은 경기 침체기인 1990년대에 인건비 삭감을 위해 사원 채용을 억제해 현재 30,40대 사원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JFE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제조 현장 사원 중 50대가 40%를 넘는 반면 35∼45세 사원은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에 대해 "주요 제조업체의 경영자들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 회사의 경쟁력 핵심이 '기술'이라고 판단,신입 사원들의 기술력 향상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잡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부터 정년 퇴직이 본격화되는 단카이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7~4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이들 세대는 일본 제조업계 생산 현장 인력의 10% 이상을 차지,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