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공립 고등학교 교사들이 개혁이 귀찮다는 이유로 거액의 지원금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 산하 카슨 고등학교의 교사들은 최근 투표를 통해 '매우 귀찮은 개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지급되는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금 150만달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개혁 프로그램인 '재능개발 모델'을 채택할 학교를 찾고 있었고 그 대상으로 카슨 고등학교가 선발됐다.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재능개발 모델'은 집중식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이를 채택한 일부 고교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카슨 고교의 교사들은 빡빡하게 운영되는 '재능개발 모델'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데다 외부인들이 교육 방법을 지도·감독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결국 지원금을 거절키로 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우리는 변화를 원치 않으며 새로운 방식은 우리보다 더 수준이 낮은 학교에나 적합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교사들 역시 사람이고 변화를 두려워 하지만 가치가 있는 것이라 판단되면 따른다"며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의 반발로 교육 개혁 프로그램 도입이 좌절되자 지역 사회와 교육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카슨 고교는 시험성적을 기준으로 1~10단계로 평가하는 학력평가지수(API)에서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 내 최하위권에 맴돌고 있어 학부모들의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LAT는 "교육 시스템을 바로 잡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제멋대로인 교원노조의 권력과 권위적인 학교 운영을 되짚는 기회로도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