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적자원(HR·Human Resource) 컨설팅사인 왓슨와이어트 존 헤일리 회장의 전공은 수학이다. 미국 럿거스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뒤 예일대 대학원에서도 수학을 공부했다.

고도의 계산능력이 요구되는 연금 계리사(actuary) 자격증도 갖고 있다. 심리학 철학 등을 전공한 뒤 인사조직 컨설턴트 등을 거쳐 '인사'컨설팅사 대표자리에 오르는 국내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경력이다.

"같은 HR컨설팅사라도 사업내용면에서 미국과 한국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HR컨설팅 매출의 대부분이 인사 및 조직컨설팅에서 나오는 반면 미국에선 퇴직연금 및 투자자문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요."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차 한국에 온 헤일리 회장은 18일 "미국에선 퇴직연금이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관련 부문이 HR컨설팅의 주요 사업으로 부각했다"며 "많은 연금 계리사들이 HR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잘 설계된 퇴직연금은 유능한 직원을 유인하고 유지하는 데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며 "미국 근로자들은 직장선택에 있어 연봉보다도 기업의 복리 혜택,특히 퇴직연금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근로자들이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더욱 더 불안을 느끼며 퇴직연금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는 것.

"한국 기업들도 효과적인 연금설계로 인사제도의 완성도를 높이며 유능한 인재 유치에 나서야 합니다."

헤일리 회장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행정업무만 담당했지만 그 이후에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한국 인사담당자들도 재무정보를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담당자들은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퇴직연금의 혜택을 설명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퇴직연금은 근속기간이 늘어날수록 혜택이 커지는 만큼 핵심인재 이탈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에게 퇴직 이후의 재정적 안정성(financial security)을 보장함으로써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헤일리 회장은 "퇴직연금제 도입 초기단계인 한국의 경우 믿을 만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제공되지 않아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왓슨와이어트 같은 전문 컨설팅사의 역할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퇴직연금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선 연금제 도입 기업에 대한 기존 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퇴직연금제 도입으로 HR컨설팅업계에 진출하려는 학생,직장인에게도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퇴직연금을 설계하는 연금 계리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자격증을 갖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는 "미국에선 연금계리사가 이미 고소득 직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퇴직연금 시장이 급성장할 경우 연금계리사가 유망 직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선 현재 한국왓슨와이어트 은용환 상무를 포함,4명의 연금계리사가 활동 중이며 유사한 일을 해온 보험 계리사들이 발 빠르게 전환을 준비 중이다.

헤일리 회장은 "아시아 지역의 HR컨설팅 시장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앞으로 인사조직에 대한 전문지식과 금융지식을 함께 갖춘 인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