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미 육군중앙신원확인소(CILHI·실하이)엔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는다'라는 팻말이 걸려있다고 한다.

실하이는 세계 각지에 묻힌 미군의 유해를 발굴,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돌려주는 곳.이곳에선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한국전과 베트남전,심지어 2차 대전의 유해까지 찾아나선다.

자국 군인의 시체는 물론 유골이라도 찾아온다는 이런 태도야말로 모병제 유지 및 나라 사랑의 근간일 게 틀림없다.

조국을 위해 숨진 사람에 대해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국가에 대한 믿음과 충성심, 미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77년 니가타에서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橫田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4년여의 끈질긴 추적 끝에 요코다씨의 남편이 78년 전북 선유도에서 납치된 김영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건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의 경우 요코다가 자살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포기하지 않고 총리 이하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모두 나서서 한국인 납북자 부모 다섯 명의 체세포를 제공받아 분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보도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아들을 만나게만 해달라는 노모의 외침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찢는다.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세금을 내고 금쪽같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공권력을 인정하는 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테니 국가에선 생명과 안전을 지켜달라는 뜻이다.

우리의 경우 해외 교민이나 유학생 실종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나라에선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유명인사나 이른바 힘있는 사람이면 모르되 일반인들의 실종이나 권익 문제에 대해선 무심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도 많다.

국적이 경쟁력이 되고 국민이 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자면 무엇보다 국가가 국민을 귀하게 여기고 지키고 보살펴야 한다.

그래야 나라를 믿고 정부를 의지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사심없이 일어서게 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