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의 실적악화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6140억원을 기록,작년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2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이는 2004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IT경기 둔화에 환율하락 고유가 등 해외 악재(惡材)들이 겹친 탓이란 분석이고 보면 다른 IT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만 그런 게 아니다. 앞서 포스코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79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5.5%나 감소,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아직 기업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대자동차도 작년 4분기에 비해 실적이 나빠졌을 것이란 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문제는 2분기에는 과연 달라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터널을 빠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지만 대외여건으로만 보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IT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더라도 환율하락은 2분기에도 변수가 될 것이고,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는 국제유가도 쉽사리 그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자동차 등 다른 수출주도 대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으로서는 결국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길밖에 없을 텐데 지금 재계 분위기는 검찰수사다 뭐다 해서 어수선하기 짝이 없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전자 철강 자동차 등 우리 경제를 이끄는 주력분야 대표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경기회복에도 큰 부담이다. 기업들이 본연(本然)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그래서 더욱 시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