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 참 좋죠? 온화한 빛을 띤 하늘,살짝살짝 불어와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곧 있을 절정을 준비하며 열심히 봉오리를 벌리는 꽃들….크흐~ 봄이라는 계절에 취해 저절로 시(時)가 읊어지네요.

그러나 마냥 시만 읊기에는 이 봄이 너무 짧을 것 같아요.

지난 일년간 묻은 때를 내보내고 가구배치를 새롭게 하는 등 더워지기 전에 할 일이 진짜 많거든요.

또 기왕 팔 걷고 나선 김에 아예 집안 새단장에 나선 주부들도 많으실텐데요,그래서 오늘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인테리어 경향에 대해 알아봤어요.

전반적인 트렌드부터 소소한 아이템까지,최근 인테리어업계의 핫이슈가 무엇이냐 물었더니 리빙 스타일리스트 홍희수 실장(디자인 서다)은 대번에 '빈티지(vintage)'를 꼽았어요.

빈티지 가구 및 소품으로 거실과 주방을 꾸미는 빈티지 인테리어가 요즘 젊은 주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앤티크와 빈티지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전문가들은 1900년을 기준으로 두 단어를 구분한다고 말합니다.

최근 100년,즉 1900년대 이전의 것은 앤티크,그 이후의 것은 빈티지로 볼 수 있대요.

우리 조부모님과 부모님 세대가 사용한 디자인,어린 시절 본 물건이 빈티지인거예요.

특히 전쟁 전후 바우하우스 운동 같은 디자인 혁명 시기에 태어난 20세기 초의 빈티지 가구들 중에는 지금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미적인 가치와 인체공학적인 기술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고 해요.

그래서 21세기에도 재생산하고 있는 것도 많은데,그 시대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 모습 그대로를 지닌 채 만들어지는 가구를 '빈티지 룩(vintage look)'이라고 부른대요.

1930~1940년대 빈티지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구점 햄튼(Hampton)의 이승준 사장은 빈티지 바람의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들었어요.

얼마 전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의 경향은 100년 이전의 화려한 앤티크 스타일을 즐기는 층과 21세기 신예작가의 현대적인 디자인을 좋아하는 층,두 부류로 확실히 나뉘었대요.

그러나 요즘은 트렌드를 한마디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비자의 관심과 취향이 다양해졌답니다.

특히 빈티지는 실용적인 데다 따뜻하고 정겨운 맛이 있어 한 번 정 붙이면 떼어내기 어렵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빈티지 인테리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의자부터 조명까지 집안 전체를 모두 빈티지로 바꾸는 것은 경제적으로 무리일 뿐 아니라 자칫 촌스러워질 위험이 있어요.

홍희수 실장은 일단 소품을 이용해볼 것을 권했어요.

옛날 분위기 물씬 풍기는 포스터 액자나 등만 설치해도 느낌이 달라진다네요.

손때 묻은 낡은 가죽 소파나 원목가구와도 잘 어울리고요.

또 토스트기 탁상용 선풍기 등 소형 가전제품을 50~60년대풍 디자인으로 골라 놓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참,빈티지 가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전시회를 소개해 드릴게요.

하나는 서울시립미술관(seoulmoa.org)에서 이달 말까지 열리는 '위대한 의자,20세기의 디자인;100 Years,100 Chairs'전.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리는 '알바 알토,시대를 초월한 표현'전은 바로 내일(16일)까지니 서두르셔야겠어요.


옛날 느낌의 포스터 액자

1930년대 자동차 경주 포스터.

이런 빈티지 포스터를 벽에 걸어놓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죠.




오래된 램프ㆍ타자기

각종 빈티지 소품들.

(왼쪽부터) 독일 바우하우스램프, 1940년대 제품, 프랑스 아르데코풍의 30년대 선풍기, 50년대 랜드로버미니카, 30년대 디자인 언더우드 타자기.


도움말=리빙 스타일리스트 홍희수(디자인 서다 대표)

촬영장소·제품 협찬=햄튼(HAMP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