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국내총생산)의 10.3%''고용효과 148만명''총 조세수입의 16.0%'

자동차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통계 수치(2004년 기준)다.

재계가 "현대차에 대한 검찰 수사를 조속히 끝내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자동차산업의 비중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검찰 수사 여파로 타격을 입으면서 국가경제 전체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이 위기에 빠질 경우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제의 한축 붕괴되나

재계는 검찰 수사 장기화로 우리나라 경제의 한축인 현대차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할 경우 자동차 산업이 통째로 붕괴되는 사태까지 올 수도 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수사에 대해 왈가왈부할수 없다"며 말을 아껴왔던 재계가 고심 끝에 입을 열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차의 추락은 곧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붕괴를 의미하는 만큼 우리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낼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자동차 산업은 생산 고용 부가가치창출 조세 등을 통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2004년 기준)와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연간 생산액은 74조9000억원으로 GDP의 10.3%를 차지한다.

자동차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력만 148만여명에 달한다.

자동차 업종에서 거둬들이는 세금도 연간 23조7000억원으로 총세수의 16.0%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조선 철강 등을 능가하는 최대 수출산업이다.

지난해 자동차 산업의 수출규모는 380억달러로 반도체(301억달러) 석유화학(207억달러) 선박(176억달러) 철강(167억달러) 등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컸다.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만 332억달러에 달하는 효자산업이기도 하다.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현대·기아차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산업 총 생산량의 78%를 차지한다.

자동차 산업 부문 직접고용의 40%를 책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양극화 해소에도 악영향

재계는 자동차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고용 및 연관산업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차 사태의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철강 전자 전기 유리 화학 고무 등은 물론 유류산업과 운수업 금융업까지 거의 모든 산업과 연관돼있다"면서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국가경제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면 참여정부의 역점 사업인 대·중소기업 간 상생경영이나 양극화 해소,일자리 창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재 390만대 규모인 국내외 생산 능력을 계획대로 2010년까지 500만대로 늘릴 경우 일자리 창출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3주째로 접어들면서 이처럼 암울한 분석들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이후 대외 업무가 전면 마비되면서 주요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12억달러가 투자되는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이 연기됐고 해외 부품업체 및 바이어들의 방한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현대차 체코 공장과 중국 제2공장 착공식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장 근로자들의 동요로 품질 저하마저 걱정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원화가치 유가 원자재값 상승으로 유례없는 3중고에 시달리는 등 현대차그룹은 총체적 위기를 맞아 사면초가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현대차 사태가 대서특필되면서 그동안 해외에서 쌓아온 명성과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기 시작했다"면서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서 추진 중인 해외 공장 신·증설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