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자생한방병원 기획팀에서 일하는 수잔 헬튼씨(26)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그의 어머니 향순 헬튼씨(49)는 17살에 도미,군수회사에 다니는 아버지 오스카 헬튼씨(51)와 결혼했다.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엄마를 닮은 피부색 때문에 유년 시절 백인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흔히 벌어지는 차별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어린 시절 친구들이 괴롭힐 때도 있었지만,그렇다고 어머니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 참을 수밖에 없었죠."

부모님은 3년 전 한국으로 이사를 왔다.

아버지가 주한미군 군무원으로 발령받아 컴퓨터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컴퓨터 가상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헬튼씨가 한국을 찾을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번처럼 1년 이상 머문 것은 중학교 시절 2년간 한국에서 외국인 학교를 다닌 이후로 처음이다.

헬튼씨는 외할아버지(작고),외할머니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한국말을 잘한다.

집안에서 한국말을 못하는 사람은 아버지뿐이다.

헬튼씨는 능숙한 한국어로 자신의 업무를 설명했다.

"내년쯤 미국 LA에 분점을 내거든요.

저는 현지 의사와 일정을 조정하고 영어 인터넷 사이트 관리를 총괄합니다."

그는 켄터키 주립대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한 덕분에 의학용어 번역에도 어려움이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다음 주에 방문 예정인 미국 하버드 의대 어셔 연구소 연구원 2명을 맞이하는 일도 헬튼씨 몫이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한의학의 치료 메커니즘 연구다.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하버드 의대에서 논문이 발표되면 한의학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헬튼씨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한의학의 효험이 얼마나 큰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배구 선수로 활약하면서 얻은 어깨 근육병을 한의학으로 완치했다.

"4년간 물리치료를 했는데도 차도를 못 봤는데 한의학으로 치료하니까 진짜 치료가 되더라고요.

7개월 동안 약 먹어가며 침을 맞고 부황을 뜨니까 씻은 듯이 나은 거예요."

헬튼씨는 최근 한의학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미국 남가주 주립대에서 한의학 석사에 도전할 생각이다.

한국계 미국 풋볼 선수 하인스 워드로 사회 이슈가 된 '혼혈인 문제'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남다르다.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혼혈인들을 보면 안타깝죠.

워드 때문에 정부가 혼혈인 대책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정말 맘에 안 들어요."

헬튼씨는 시간이 가면서 혼혈인 정책이 유야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씁쓸해 했다.

혼혈인으로서 안타까움이 배어났다.

헬튼씨의 활약에 자생한방병원 김재홍 사장은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리 문화와 타국 문화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잘해 주니 고맙죠.

혼혈이니까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헬튼씨가 우리 병원이 추진하는 일을 잘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글ㆍ사진=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