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 경영층이 받는 보수 및 각종 혜택의 내역을 상세히 공개토록 하는 '기업경영진 보수 공개 규정' 개정안을 마련,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어서 미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SEC는 지난 1월 이 규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 데 이어 10일까지 이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NYT에 따르면 SEC가 확정 발표할 최종안에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그리고 최고 보수를 받는 3명의 경영진 등 5명의 보수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은 물론 경영진은 아니지만 이들 톱 5보다 많은 돈을 받는 종업원 3명의 보수 내역도 자세히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이는 실제 기업 경영에는 적극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경영자의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자 중 회사 종업원으로 취직해 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보수 내역을 공개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1992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현행 '경영진 보수공개 규정'은 CEO를 포함,경영진 톱 5에 대해서만 급여 내용 등을 공개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새 규정은 또 기업 간 인수·합병시 최고경영진에 막대한 대가를 보장해 온 이른바 '황금 낙하산' 관행에 대해서도 투명하고 합당한 근거를 제시토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업 간 또는 경영진이나 오너의 인척이 개입된 거래 규모가 건당 12만달러 이상이어야 그 내용을 공개토록 하던 종전 규정을 강화,6만달러 이상이면 모두 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미국 재계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원칙에는 수긍하면서도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SEC의 새 규정과 관련,경영진이 아닌 종업원까지 보수를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이의 내역을 공개토록 한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EC가 기업 경영층의 보수 내역 공개 범위를 확대키로 한 것은 기업 경영자들이 받는 보수가 일반 종업원에 비해 턱없이 많은 데다 그 격차까지 해마다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위 200대 기업 최고경영층의 평균 연봉은 1130만달러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반면 일반 근로자들은 연간 평균 4만3480달러를 버는 데 그쳤고 이들의 임금 증가율은 2.9%에 불과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