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나 미국의 전통적인 글로벌 PB강자들 사이에서도 'PB서비스의 본질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조금씩 엇갈린다.

글로벌PB들의 지향점을 나눠보면 크게 'PB는 고객의 철저한 집사가 돼야 한다'는 '집사형'과 '고객과 동등한 입장에서 재산증식의 조언을 해줘야 한다'는 '조언자형'으로 나뉜다.

통상 UBS 등 유럽의 전통적인 PB명가들은 집사형에 속하는 반면 씨티그룹 등 미국계는 조언자형에 가깝다.

그렇다면 글로벌 PB를 벤치마킹해 PB서비스를 최근 시작한 일본 미즈호그룹은 어떤 모델을 택했을까.

미즈호그룹이 선택한 PB모델은 집사형에 가깝다.

도쿄 치요다구 우치사아이와이초 1-1-5번지에 위치한 미즈호PB센터를 방문하면 이 같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미즈호그룹의 PB고객이 PB센터가 위치한 본사빌딩 지하1층 주차장에 도착하면 조그마한 1인용 쇼파가 구비된 PB고객 전용 엘레베이터를 타게 된다.

이 엘레베이터를 타면 3초 만에 곧바로 이 건물 18층에 위치한 PB센터에 도달할 수 있다.

주위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 성향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하드웨어를 갖춘 셈이다.

운영방식 역시 집사형에 가깝다.

미즈호PB센터에서는 근무 중인 프라이빗 뱅커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고객들이 "만나고 싶다"고 요청할 경우 시간과 거리를 따지지 않고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하기 때문에 PB센터에 머무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다.

이 같은 운영방식으로 인해 미즈호그룹은 PB부문의 성장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

"수익성을 좇다가는 막상 거부(巨富)고객들에게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집사형 PB의 경영마인드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수익을 따지지 않는 경영전략을 택하다보니 약 100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PB부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데도 50억엔이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출자금을 투입했다.

여기에는 "설립 후 3∼4년간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영업을 하려면 자본금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마에다 데루노부 그룹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

그룹의 수뇌부가 교체돼 PB부문 전략이 수정된다고 하더라도 흔들림없이 일하려면 회사설립 초기단계에서부터 '실탄'이 충분히 확보돼 있어야 한다는 마에다 회장의 지론도 출자금 규모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