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오늘(4월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정부의 국토균형개발정책과 각종 부동산대책의 최일선에서 수장으로 보낸 1년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것과 같은 기분이리라 짐작이 된다. 그것도 정부내 자체 평가로는 무난히 어려운 업무를 수행했다고 하니 장관의 승리감은 어느때보다 크리라 본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지속적인 장관 징발 캠페인도 버틴채 유지한 장관직이니 무척이나 소중히 여겨지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틀전(4일) 충북 지역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보인 돌출행동으로 추 장관은 승리감을 느끼기보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추 장관은 오늘 출입 기자들과 가진 1주년 기념 오찬 자리에서 골프운동 비유로 ‘오비’를 날린 것 같다는 말로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나 본의아니게 저지른 완전한 실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가 담긴 행동이라는 해석이다. 추 장관은 “혹시 카메라가 있는 것을 모르고 하신 행동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카메라가 여러 대 있는 것을 알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옳지 않은 주장을 억지로 펴는 것에 대해서는 참기가 어려웠고 당당하게 행동하고 싶었다”며 어느 정도 의도가 있는 행동이었음을 시사했다. 추 장관은 오찬 모두에 1주년 인사를 하며 “자신은 지금까지 가정이나 업무에서 늘 부드러운 행동을 해 왔는데 언론과 밖에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은 너무 ‘강성’으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최근의 ‘돌출행동파문’을 의식한 말이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정부 부동산정책은 군청수준’이라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 웃음을 보여 빈축을 샀고 국감현장에서는 “언론의 부동산기사 뒤에 건설사가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 취임 1년을 맞았다. 추 장관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기자에게 “자신은 바보장관이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른채 하는 바보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알지만 야당과의 갈등을 피하고 국민에게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 바보장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바보장관이 돼야 정부가 의도하는 부동산대책과 각종 개발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소신을 폈다. 그 말에 기자는 크게 공감했다. 지난 1년간 추 장관은 숱한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은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취임 1년을 맞았고 그 비결은 개인적으로 추 장관이 소신으로 갖고 있는 ‘바보장관론’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 이후 건교부 장관으로 1년을 맞기가 어려웠던 지난 선례를 볼때 추 장관은 정책 업적은 차지하더라도 분명 쉽지 않은 일을 해낸 셈이다. 여기에는 추 장관이 갖고 있는 친화력과 날카롭지 않은 성격 그리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편안함 등이 한몫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틀전 돌출행동은 이런 기존의 모습을 뒤집는 것이어서 씁쓸함을 느낀다. 혹시 1년간 장관직을 무사히 수행했다는 안도감에,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자만감에 빚어진 일이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이유야 어찌됐든 장관은 공무원이고 공무원은 service man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서비스맨이 의견이 맞지 않다고 해서 화를 내고 자리를 뜨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취임초 추 장관이 말했던 ‘바보장관’ 전략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또다른 장관직 1년을, 아니 그 이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주기 바란다. 유은길기자 eg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