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에게 꼭 이래야만 하겠니?" "교수님,우리 얘기를 듣고는 계신 겁니까?" 6일 오전 7시30분.약 17시간 동안 본관내 좁은 계단에서 밤을 지샌 9명의 보직교수와 4명의 고려대 직원,100여명의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학생들은 모두 지친 모습이었다. 이번 사건은 5일 오후 3시20분께 올해 신설된 고대 보건과학대학과 고대 보건전문대와의 통합을 계기로 "전문대 2,3년생들에게도 총학생회 선거투표권을 주라"며 일부 학생들이 교수들을 막아서면서 시작됐다. 교수들이 절차를 무시한 학생들의 요구를 용납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2,3층 계단 사이의 2∼3평 남짓한 공간에 교수들을 몰아넣고 귀가를 막으면서 '감금 사태'로 확대됐다. 현장에 있었던 한 교무위원은 "바닥에서 자장면을 먹고 돌아가며 학생들과 토론을 벌였던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영신 입학처장은 "지난 2월 입학처 점거 이후 학생들이 요구안을 학생처를 통하지 않고 무조건 본관이나 총장 비서실로 갖고와 몇 차례 안건을 처리하지 않았던 것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측은 통합 결정으로 2011년 폐교되는 보건대(3년제) 학생들은 고려대 재학생이 아니고 자칫 부정선거 시비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교육법과 학교 규칙에 따라 총학 선거관리본부로 보건대생들의 명단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선거운동본부의 한 학생은 "이미 보건대 학생들과 자치활동도 같이 하는데 관련 규정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대는 교권을 실추시킨 이번 사태에 관련된 학생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 학생들이 반발할 것이 뻔해 당분간 후유증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요즘 극심한 취업난 여파 속에 밤을 지새우며 학문에 대해 토론하는 스승과 제자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 같은 정경을 바라진 않더라도 계단에서 대치하는 사제(師弟)의 모습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