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1년 계약으로 전세집에 살던 임모씨(33)는 계약 기간이 끝날 시점에 집 주인이 별다른 얘기가 없어 6개월을 더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집 주인이 계약 기간이 지났다며 방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


당황한 임씨는 고민 끝에 얼마 전 출범한 삼성 무료 법률봉사단을 찾아갔다.


그는 변호사로부터 "집 주인이 별도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전세 계약이 2년간 갱신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앞으로 1년 6개월은 더 살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삼성이 지난달 22일 변호사 65명으로 구성해 출범시킨 무료 법률봉사단이 호응을 얻고 있다. 출범 2주일이 된 6일 현재 550건의 법률 상담 신청이 접수됐고 향후 1주일간 상담 예약이 이미 끝났다.


하루 1명씩 근무하기로 했던 상담 변호사의 수도 4명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서 법률구조 활동을 해 온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삼성의 무료법률봉사단 발족에 대응,'상담예약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료 법률 서비스 부문에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경쟁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삼성,변호사가 1시간 이상 상담


삼성 변호사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지녔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의뢰인 한 사람 당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 상세하게 상담을 해 주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법률 상담을 받을 경우 변호사가 아닌 일반 직원의 상담을 받아야 되는데다 상담 시간도 30분에서 1시간에 불과하다.


상담 결과 소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됐을 경우엔 변호사가 무료 변론에 나선다. 그러나 삼성 법률봉사단은 형사사건에 한해서만 무료 변론에 나서며 보석금은 피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공단,소송 승소율 82.5%


지방에서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구조공단은 서울 본부 외에도 전국에 18개 지부와 37개 출장소를 두고 있다.


구조공단은 지난 2002년 24명에 불과하던 변호사 수도 꾸준히 늘려 현재 41명의 변호사를 확보했다. 공익법무관까지 더하면 총 146명이 구조공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2008년에는 전 국민의 50%가 구조공단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지난해 일부 지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온 상담예약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뢰인은 인지대와 송달료 등 10만~20만원의 소송 비용만 부담하면 되며 패소한 사건이나 5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은 소송비용도 면제된다. 작년까지 구조공단이 대리한 소송의 승소율은 82.5%다.


그러나 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1인당 연간 350건의 소송을 맡아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의 경력이 대체로 3년 안팎으로 짧다는 것도 단점이다.


◆법원·대한변협도 이용 가능


구조공단과 삼성의 지원 대상에 들지 못하는 형사사건 피의자는 국선변호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미성년자와 노인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법원이 신청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지는 않는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경우에는 대한변협의 법률구조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대한변협은 작년부터 대형 로펌들로부터 5억~6억원의 기금을 받아 법률구조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