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에서 참숯공장 사장으로.'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 계방산 기슭에서 고향참숯공장과 참숯가마 찜질방을 운영하는 김세남 사장(45)."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태워 사람들에게 각종 이로움을 주는 숯의 헌신을 배웁니다."


영동고속도로 속사 나들목에서 진부 방향으로 차로 2분 거리에 있는 참숯공장에서 만난 김 사장은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굵은 땀방울을 훔치며 참숯을 구워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중간중간 참숯의 장점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김 사장은 처음부터 참숯 예찬론자는 아니었다.


그는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후 대명리조트호텔에서 식음료 담당과장 등으로 12년간 일한 호텔리어였다.


'화려하고 깔끔한' 직장을 뒤로하고 참숯사업에 뛰어든 것은 부친의 갑작스런 사망 때문이었다.


장남으로 아버지 대신 집안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호텔 근무 때 자주 찾은 일본에서 참숯이 분재 탈취용 등으로 인기가 높은 것을 보고 국내 시장도 전망이 괜찮을 거라는 판단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1998년 퇴직 후 강원도 진부면 오대산 밑자락에서 참숯공장을 만들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였습니다. 사업경험이 전무한데다 당시만 해도 일본과 달리 참숯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게 큰 실패 원인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되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잘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사전 시장조사 등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급한 마음이 앞섰던 거죠."


그는 2년도 안돼 사업을 접고 말았다.


첫 사업 실패로 퇴직금과 집을 팔아 마련한 사업자금 2억5000만원을 거의 날리는 바람에 오대산 참숯가마터에 남아 있던 컨테이너로 지은 임시건물에서 가족들과 생활해야만 했다.


그는 가족 생계를 꾸리고 사업 재기를 꿈꾸며 남들이 힘들어 꺼리는 고산지대의 간벌작업(나무의 바른 성장을 위해 잡목을 자르는 일)에 뛰어들기 위해 포크레인 한 대를 구입했다.


첫 참숯사업 실패 3년 후 그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2003년 초부터 우리나라에도 참숯시장이 급팽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다' 싶어 그동안 간벌작업을 통해 번 돈과 1500여평의 고향 땅을 팔아 3억원을 마련,2003년 봄 이곳 계방산 야산 2500평을 구입해 참숯공장터를 일궜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참숯공장은 잘 타오르고 있다.


6개 가마에서 참숯을 구워내 화로구이,분재용,공기정화용,정수기용 등 다양한 용도로 전국 각 도시에 공급한다.


또 지난해 여름에는 가마터 옆에 참숯가마 찜질시설과 휴게실(사우나)을 지어 참숯가마찜질방도 운영하고 있다.


동갑내기 부인 김정임씨와 함께 참숯사업을 하는 김 사장은 한 달에 참숯생산으로 1000여만원,찜질방 운영으로 25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외 사업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간벌작업도 틈틈이 하고 있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다소 여유있는 생활을 하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때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최근 참숯이 새집증후군,아토피 예방,공기정화용으로 애용돼 수요가 늘고 있다"며 "우리 참숯은 대관령 고산지대의 질좋은 참나무만을 골라 일주일간 굽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품질과 효능이 매우 좋아 단골 거래처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자랑했다.


김 사장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우광호 평창군 의원(47)은 "김 사장은 책임감이 강하고 고향 선후배간 우애가 좋으며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자원봉사에도 열정적"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참숯 건강 프로그램도 만들어 이 곳을 강원도의 명소로 키워나갈 겁니다. 은근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숯불의 저력은 저에게 삶의 큰 지혜를 주고 있습니다. 잠시 확 타오르고 마는 불이 아니라 언제나 은근하게 감싸는 그런 끈기있는 불꽃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숯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살도록 노력할 겁니다."


(033)334-3324,9


용평=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