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관리가 우선이죠.결국 서비스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미용실 경쟁이 심한 서울 신사동에서 연매출 12억원의 대박 신화를 쓰고 있는'아름다운 규니영'의 박수영 원장(35·여)의 경영철학이다.


규니영은 160평 규모의 2층짜리 매장에 40명의 직원이 일한다.


압구정 상권 미용실들의 평균 연매출이 6억~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규니영의 경쟁력을 짐작할 수 있다.


비결이 뭘까?


"사장은 디자이너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디자이너 한 명이 오가는데 따라 한 달 매출이 3000만원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관리가 미용실 경영의 전부라는 박 사장의 경영철학이 설득력을 가진다.


그는 매출에 따라 한 달 단위로 급여의 최고 40%까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외부 사람을 스카우트하기보다는 직접 키운다는 방침이어서 직원들이 믿고 따르는 편입니다."


그녀의 경영 스타일은 손님들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3년째 단골 고객인 이진영 북톡스 출판사 사장(34·여)은 "디자이너들의 이직률이 낮은 것이 이 집의 장점이고 고객입장에서도 편안해서 계속 오게 된다"면서 "같은 경영자로서 박 원장이 직원들을 대접하는 법을 볼 때마다 많은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헤어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선 것은 이모의 영향이 컸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이순자 여사의 머리 손질을 맡았던 이모 덕분에 미용에 대한 조기교육을 받은 셈이다.


"처음 이모 밑에서 배웠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모가 제 재능을 높이 평가한 덕에 남들이 길게는 5년이나 걸리는 인턴을 10개월 만에 마칠 수 있었죠."


이후 그는 명동 샤넬미용실,이대 준오미용실 등을 거치며 창업자금 6000만원을 모았다.


월수입이 많을 때는 1000만원까지 받던 박 원장은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25살의 나이에 미용실을 창업했다.


강남 신사동 프린세스 호텔 옆 건물 4층 꼭대기에서 가게를 시작했다.


"자금이 모자라 인테리어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채로 시작했어요. 그날 번 돈으로 바닦을 깔고 천장을 꾸미는 식이었지요." 명동과 이대 앞에서 일하며 사귀었던 단골고객이 많이 찾아주었다.


그녀의 오늘이 있기까지 큰 전환기가 있었다.


"외환위기 때가 저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였죠.당시 다른 미용실이 파마 값을 5만원에서 4만원으로 내릴 때 오히려 7만원으로 올리는 고가 정책을 폈습니다."


그녀의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이러한 전략을 펼 수 있게 했다.


8년째 박 원장에게 머리를 맞기고 있는 방정원씨(35·여)는 "손님의 특성 파악을 잘하고 인간적이어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다른 미용실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창업을 준비 중인 후배 디자이너들에게는 현실적인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려서는 안 돼요.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경영 마인드도 함께 차근차근 길러나가야 실패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그는 투자자만 잘 만나면 된다는 생각이나 동료들끼리의 동업을 통해 손쉽게 창업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경영계획에 대해서는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가 할 수 있을 만큼 이 일을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입니다. 때문에 당장의 외형적 성장보다는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태훈·박신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