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행운을!' '모두 이겨버리겠다!' '이를 갈며 속을 태웠었어요!' 프로야구 개막을 나흘 앞두고 4일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8개 구단 사령탑들이 저마다 준비해온 출사표를 던졌다. 감독들은 작년처럼 삼성 등 특정 구단을 표적으로 삼고 설전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각오만큼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선동열 삼성 감독과 김인식 한화 감독은 `재수'를 운운하는 특이한 출사표를 던졌다. 선동열 감독은 "감독 첫 해에 우승했을 때 운이 좋다는 얘기를 했었고 아직도 운이 좋은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올해는 운보다는 실력으로 챔피언 자리를 밟겠다"고 지난 해 챔피언의 여유를 드러냈다. 김인식 감독은 "작년에는 우리도 잘했지만 다른 팀이 상대적으로 못해서 운좋게 4강에 들었다. 올해도 재수좋게 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 때문에) 팀을 떠나 있다가 보니까 팀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형편없는 것 같기도 해 헷갈린다"며 "시범경기는 꼴찌 했지만 시즌은 정신차리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문 두산 감독과 조범현 SK 감독은 `이긴다. 우승한다'는 등 고전적인 말로 신인선수 못지 않은 파이팅을 불살랐다. "의지를 새로 다진다"며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머리로 나타난 김경문 감독은 "김동주와 홍성흔이 완전하지 않지만 나머지 선수들로 한국시리즈에 갈 자신이 있다.팬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범현 감독은 "출사표란 것은 전쟁에 나가기 전에 던지는 게 아니냐"며 "어느 팀이든 이기고 싶지 않은 팀이 있겠는가.우승하도록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강병철 롯데 감독, 서정환 KIA 감독, 이순철 LG 감독, 김재박 현대 감독은 출사표에다 `반성문'을 곁들였다. 강병철 감독은 "팀을 맡고 3개월 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선수가 도망가고...집안단속을 잘못해서 이런저런 복잡한 일이 있는데 단속을 잘해서 중반 이후에는 잘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정환 KIA 감독은 "야구라고 하면 해태 타이거즈 즉 KIA인데 이 전통의 구단이 작년에 꼴찌를 했다는 데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절치부심했다. 명가의 자존심을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순철 감독은 "3년 동안 가을 축제에 참가하지 못해 선수들이나 팬들이 아쉬움이 많다"며 "올해는 다양하고 짜임새 있는 팀으로 거듭나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박 감독은 "작년에는 6-7등하고 말았다"며 "사실 WBC에 갔다와서 젊은 선수들을 못봤다.신인들하고 2군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충분히 활용해 플레이오프에 나가겠다"고 뜻밖에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