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PC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노트북PC의 경우 한때 50%를 넘었던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이 20%대로 주저앉았다.


데스크톱PC 사업도 주춤거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목표인 '글로벌 톱5' 도약은커녕 '국내 1위 수성'도 어려운 실정이다.


IDC 가트너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의 최근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PC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뚜렷이 나타난다.


IDC 조사에서 꾸준히 30%대를 유지했던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엔 데스크톱과 노트북 모두에서 20%대로 미끄러졌다.


삼성 노트북 점유율은 이미 3분기(29.5%)에 30%선 밑으로 내려갔고 4분기엔 27.5%로 더 떨어졌다.


3,4년 전 40~50%대를 넘나들며 '고공비행'을 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삼성 노트북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초 50.3%에 달한 적도 있다.


데스크톱 실적도 좋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의 데스크톱 시장점유율은 전 분기(33.1%)에 비해 5.3%포인트나 떨어진 27.8%를 기록했다.


최근 3,4년 사이에 삼성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사업이 이처럼 동시에 곤두박질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전문가들은 삼성 PC가 부진한 이유를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프리미엄 전략'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LGIBM에서 독립한 LG전자를 비롯,주연테크 삼보컴퓨터 델컴퓨터 등이 브랜드보다는 성능이나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한 게 원인이라는 얘기다.


PC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반적으로 PC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졌다"면서 "삼성 PC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경쟁사 제품에 비해 특별히 다른 것도 없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싹튼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술 리더십에서 경쟁사들에 밀리는 사례도 흔해졌다.


삼성은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노트북을 LG전자보다 한두달 늦게 시판했고,'듀얼코어 노트북'도 LG보다 늦게 내놓았다.


삼성은 예전엔 PC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국내 최초'라고 자랑하곤 했다.


판세가 다급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매월 2종 이상의 노트북 신제품을 내는 등 이례적으로 신제품 공세를 펴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군에 치중하던 전략도 수정해 100만원대 보급형 제품군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180만원대 서브노트북 'Q35'를 선보였고 다음 달엔 100만원대 초반 소형 태블릿 PC 'Q1' 등 야심작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쟁사들은 삼성의 전략 수정이 PC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