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MK) 현대차 그룹 회장이 출국한 지 하루만에 정 회장 아들 정의선(ES) 기아차 사장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정 사장의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일주일 뒤 귀국할 것으로 믿는다는 검찰이 4일 정의선 사장의 출금 이유를 "정의선 사장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생겼고 정 사장도 정몽구 회장처럼 검찰과 협의없이 출국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검찰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정 회장이 일주일 뒤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 전에 정 사장이 도피 의도로 검찰과 협의 없이 출국한다면 정 사장에 대한 수사가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혹은 정 회장의 일정과 상관없이 검찰 자체 수사 일정상 정 사장을 일주일 이내 기간에 불러 조사하게 될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 회장마저 돌아오지 않는다면 검찰로서는 현대차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승계 문제의 핵심인 `MK(정몽구)-ES(정의선)'를 놓치고 회사 임직원들만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정 회장의 석연찮은 출국에 `경영권 승계 수사 방침 시사'라는 강력한 대응 카드를 냈던 검찰이 정 사장마저 놓친다면 경영권 승계 수사는 고사하고 비자금 수사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쑥스러운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단 정 회장의 귀국을 믿는다'는 검찰의 대외적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회장이 `예정된 일정에 따라 출국한 것'이라면서 협의하지 않고 출국해 검찰을 당황하게 만든 데다 비행기 티켓을 출국 당일 예약한 점이나 귀국 항공편을 예약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 측에서 정 회장이 이달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시상식과 이를 전후한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에도 참석한다는 등 일정을 미리 공개한 것도 `귀국 지연'의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드로 윌슨상 담당부서의 헌터 피친(Hunter Pechin)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 회장의 시상식 참석 여부에 대한 질문에 "현대측이 아직 참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처럼 정몽구 회장의 귀국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검찰이 꺼내들 수 있는 `압박카드'는 정 사장 출금과 그에 이은 소환조사이며 범죄 혐의가 발견될 경우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정의선 사장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은 단순히 `뭔가 조사할 게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범죄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자료와 단서를 현대ㆍ기아차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룹 차원의 비자금이 발견된 상황에서 총 책임자인 아버지(MK)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아들(ES)을 압박하지 않는 한, 다른 가신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효과적인 수사가 될 수 없다는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