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3일 유족과 제주도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경건하게 치러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참석하고 공중파 TV를 통해 현장상황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열린 이날 4.3위령제는 근래 보기드문 쾌청한 날씨속에 제주민예총의 초혼굿 '꽃넋으로 살아' 공연으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의 헌화와 분향에 이어 경과보고에 나선 제주도4.3사건희생자유족회 김두연 회장은 "국민 여러분과 노무현 대통령님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위령제 봉행위원장인 김태환 제주지사는 주제사를 통해 "지난 2003년 제주4.3 당시 무고한 희생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로 제주4.3은 더이상 불행하고 어두운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특별자치도 도민으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갖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제주시 아라중 강나영(15)양은 '4.3'의 광풍속에 희생된 고모할아버지와 그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얘기를 담은 추모사 '4월의 눈물'을 낭독,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4.3위령제는 제주도립예술단의 '진혼무' 위령공연에 이어 노 대통령이 추도사를 통해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되었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 절정에 달했다. "남편이 25세때인 1950년 4.3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군경에 끌려간뒤 희생됐다"는 오효선(84.제주시) 할머니는 "대통령이 위령제에 참가해 유족들을 위로해줘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제주4.3연구소 김창후(53) 상임이사는 "대통령이 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에 대해 재차 사과한 것은 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작업을 진행하는데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대통령의 참석과 거듭된 사과 때문인지 예전처럼 통한에 사무쳐 흐느끼는 유족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행사장에서 금기시 되던 '4.3' 논의에 물꼬를 트게 된 소설 '순이삼촌'의 문학사적, 사회학적 의미 등을 되짚어보는 '4.3문학' 강의를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 한편 4.3위령제 주행사장인 평화공원내 추념광장에는 경호당국이 4천여명의 한정된 유족 등만 입장시키며 봉쇄해 버려 미처 입장하지 못한 상당수 유족과 보도진들의 항의사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아버지가 4.3사건 당시 희생됐다"는 유족 김정식(61.남제주군 남원읍)씨는 "행사 주최측이 행사장 입장통제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주지시켰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k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