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과 관련해 검찰이 3일 "수사장애를 초래할 경우 제반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함에 따라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의 출국이 수사에 차질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수사장애를 초래한다면 모종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정몽구 회장도 수사 대상이며 미귀국시 기업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려했고 그 때문에 정 회장을 출국금지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경제를 생각해 기업활동을 배려했는데 `뒤통수'를 친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검찰은 일단 `정 회장은 일주일 뒤 돌아온다'는 현대차 측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되 만일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면 후계 구도와 관련해 의심받고 있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출국금지하는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현대차와 글로비스에 대한 수사가 `비자금 용처 조사'에 집중되고 있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 기조'를 바꿔 현대차 그룹의 `아킬레스건'인 경영권 승계 문제를 정식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 비자금 문제는 현대차 측이 최종 용처를 밝히는 선에서 검찰과 적당히 타협할 여지가 있지만 경영권 승계 문제가 정식 수사대상이 되면 삼성 에버랜드 사건 때처럼 현대차그룹 정씨 일가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사장 둘 중 한 명만 출금해도 검찰의 현대차 압박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대차와 글로비스 및 현대오토넷에서 압수한 각종 서류를 분석해 기업 수사의 단골메뉴인 분식회계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 경우 현대차로서는 경영상 `총수의 공백'과 `주가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고 검찰의 수사가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외에 다른 현대차 계열사로 확대될 우려도 있어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예상은 아직까지는 `정 회장의 귀국 지연'이라는 가정적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일 뿐이어서 당분간 검찰의 `구두개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살펴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앞서 현대차 비자금 수사 초기 현대차 임직원 일부가 소환에 불응했을 때도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구두개입'을 함으로써 곧바로 현대차 임직원들이 소환에 응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검찰의 이번 `2차 구두개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현단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문제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검찰의 입장이 유지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검찰의 현대차에 대한 압박수위는 급격히 격상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 강도와 방향은 정 회장이 방미일정을 끝내고 귀국한다는 다음주 초쯤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