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론스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장 검찰 수사가 탈세와 외화밀반출에 집중돼 있고 헐값매각 부분은 기초조사 대상일 뿐이지만, 감사원과 조율을 통해 본격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자격 획득과 관련한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현재 진행중인 재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3년 헐값매각 의혹의 핵심은 ▲외환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 조작 여부 ▲전직 외환은행 간부들의 거액 퇴직금 수령 배경 ▲론스타 대주주 자격심사 과정 등 세가지다. 여기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융 브로커 김재록씨의 간여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 BIS 조작 의혹 재매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BIS 비율의 조작 여부다. BIS 비율 조작을 통해 은행의 대주주 자격 요건이 안되는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획득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자격 심사가 다시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7월21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5페이지 짜리 팩스에는 연말 외환은행 BIS 비율이 6.16%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겨 있었다.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해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부여했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이 10% 이상 출자한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은행 지분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고 4% 이상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돼 있으나, 부실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전망치는 같은해 5월에 제시한 8.44%나 6월16일의 9.14%와 크게 달랐고, 같은 날 열린 제 13차 이사회에 보고된 수정경영계획상 2003년말 BIS 비율 10.0%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 2003년말 외환은행 BIS 비율은 팩스상 전망치보다 높고 수정경영계획 보고치와 유사한 9.32%로 나타났다. 외환은행측은 론스타 자본 1조3천800억원 투입이 없을 경우를 가정한 2003년말 BIS 비율은 4.4%로 전망치보다 낮아 고의로 전망을 낮춘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10.0% 전망이 같은해 7월31일 증권거래소에 공시까지 된 터라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과 금감원이 이 팩스 작성자를 지난해 8월 간질환으로 사망한 외환은행 재무팀 허모 차장으로 추정하고 있는 점 역시 의혹을 더하는 원인이다. 은행장 결제 도장이나 발송처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데다 팩스상 각종 오류가 급조된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론스타 펀드가 탈세 의혹을 받고 있었으나, 당국이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론스타 외에는 살 곳이 없다'는 은행측 말만 듣고 론스타에 우선권을 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2003년 7월15일 서울소재 한 호텔에서 열린 비밀 대책회의가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재정경제부 B국장과 금융감독위원회 K국장이 각각 론스타에 대한 의견 타진과 론스타의 법적자격 검토 역할을 맡아 매각을 주도했다는 의혹이다. 금감원이 받은 출처불명의 팩스 5장 역시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급조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진 배임 혐의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때 경영진이던 이강원 전 행장(현 한국투자공사 사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의 퇴직금과 경영 고문료도 논란이 되고 있다. 행장퇴임 다음날인 2003년 11월4일 3년 임기의 경영고문에 취임한 이강원 전행장은 경영고문 급여잔금 7억원과 외자유치 성과금 7억2천만원 등 14억원 이상을 받았다. 이 전행장은 3년간 외환은행과 경영고문 계약을 체결했으나, 반년만 근무하고 다음해 5월 잔여액을 모두 받아갔다. 이달용 전부행장 역시 5개월 근무 뒤 급여잔금 8억7천500만원을 받았고 현재 차익 21억원에 달하는 36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외환은행 노조 등에서는 "2003년 8월27일 본계약 체결 직전까지 경영권 매각이 아닌 `외자유치'를 주장하며 외환은행 전직원과 이사회까지 기만했던 당시 경영진이 매각 직후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며 "불법매각의 총대를 맨 데 대한 대가성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재록씨 관련설, 새로운 변수로 부각 금융 브로커 김재록씨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김재록 당시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의 영향력과 이강원 전행장간 관계 등을 근거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깊이 간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실제 외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를 위한 자문용역비로 김재록씨에게 1억1천만원을 지급했다는 주장도 퇴직직원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은행을 인수할 의지도, 능력도 없던 외환은행이 김씨와 자문계약을 맺은 것은 이 전행장과 개인적 인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행장이 기아포드할부금융회사 사장이던 95년부터 99년 사이 당시 계열사인 기아경제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던 김씨와 친분을 꾸준히 유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강원 전행장 측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불법적인 행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은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를 수사중인 중수1과와 론스타 사건을 맡은 중수2과가 `공조수사'를 펼 가능성도 있어 공이 어디로 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