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부에 위치한 안후이성에 치루이라는 국유 자동차회사가 있다. 지난 28일 이 회사 생산라인을 타고 50만번째 생산된 자체 브랜드 승용차가 흘러나왔다. 치루이가 승용차를 생산한 지 9년 만이다. 중국 언론은 다음날 자체 브랜드를 고집해온 치루이가 중국 자동차 역사를 새로 썼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누계 50만대 생산이 대단한 게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이 치켜세운 '치루이 속도'를 보자.99년에 첫 승용차를 생산한 뒤 10만대를 출고하는데 3년6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추가 10만대 생산은 13개월 만에 달성했고 그다음 30만대가 생산되는데 걸린 시간은 23개월이었다. 치루이 속도는 외국브랜드가 주도해온 승용차 내수시장 순위 변동으로도 나타난다. 치루이는 2005년 6위에 이어 지난 2월엔 3위로 껑충 뛰었다. 치루이의 기술력을 폄하하는 시각도 일부 있다. 한때 마티즈를 복제했다고 해서 GM대우에 소송까지 당했던 회사다. 하지만 내년부터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겠다고 선언한 치루이는 스포츠카 페라리를 디자인한 이탈리아업체에 설계를 맡기는 등 전 세계 자동차회사의 기술 역량을 모으는 식으로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다. 모델도 저가에서 중고가로 확대할 계획이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개발중이다. 치루이뿐만 아니다. 중국 정부도 외국합작사에 연구소 설립을 통한 핵심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등 자동차 기술력 제고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의 중국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가 연구소를 세워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중국 자동차 기술이 한국보다 5년 뒤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한국을 추격하는 스피드를 보면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터진 금융 브로커 김재록 로비 사건이 현대자동차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현대차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로비 수사는 철저히 이뤄져야 하지만 무섭게 추격해오는 치루이에 현대차가 덜미를 잡히지 않도록 조속히 수사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